뜻하지 않은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죄책감에 빠진 울버린. 형 세이버투스와 함께 전쟁터를 전전하다 끝 모를 살육에 회의를 느끼곤 자신의 길을 떠난다. 세월이 흐른 후 돌연변이 부대를 이끌던 스트라이커 대령이 그를 찾아온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울버린은 복수를 위해 자신의 육체를 스트라이커에게 맡기고 ‘웨폰 X’로 다시 태어난다.
‘엑스맨’의 팬이라면 울버린이 잃어버린 기억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서 울버린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편에서 상대 돌연변이 진영으로 나오는 세이버투스나 2편에서 돌연변이들을 잡아가는 악당 스트라이커가 울버린과 원래 어떤 사이였는지도 밝혀지고, 사이클롭스의 어린 시절도 소개된다.
울버린의 탄생과정은 꽤 흥미롭다. 울버린 형제의 관계를 비중 있게 다루며, 로맨스도 어색하지 않다. 초능력 돌연변이들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답지 않게 액션보다 드라마에 무척 공을 들인다.
울버린이 동물적인 야성과 인간적인 본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들은 무척 어둡다.
그래서 재미없다는 평을 듣는 모양이지만 나름 재미는 보장한다. 물론 기존 ‘엑스맨’ 시리즈보다 꾸밈새가 성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시리즈를 워낙 잘 만들었기 때문이지, ‘울버린’이 평균 이하인 건 아니다.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의 본능, 폭력을 원하고 피를 원해가는 과정을 압축한 도입부의 전쟁 시퀀스는 매력적이고 강렬하다. 각기 다른 종류의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들의 화려한 활약도 풍성하고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난 뒤에 펼쳐지는 클라이맥스도 볼만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가능한 스펙터클한 액션도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 붕괴되는 건물은 파괴의 카타르시스로 충만하다. 그만하면 됐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뭘 더 바랄까.
한국 팬들의 관심은 단연 다니엘 헤니다. 그가 맡은 명사수 ‘에이전트 제로’는 단순히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제대로 활약한다. 짧게 깎은 머리에 깔끔하게 차려 입고 공중제비를 돌며, 쌍권총을 난사하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헤니나 ‘엑스맨 탄생’ 시리즈 둘 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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