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호 한밭대학교 인문대학장 |
좀더 사실적이고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우리의 삶 속에 이 분들의 은혜를 너무 당연시 하고 소홀히 여기는 - 이른 바 인륜의 도를 거추장스러운 것쯤으로 여기는 - 마땅하지 않는 생활을 해왔다는 것의 증표의 날들이 아니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담배 꽁초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침을 함부로 뱉지 말자, 국어 사랑 나라 사랑 합시다, 문화인은 차례를 잘 지킵니다’ 따위의 경구나 표어 등이 때도 없이 회자됨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오죽 잘 지키지 않으면 이런 낯뜨거운 경구들이 이 땅의 곳곳에 나붙거나 주의를 환기시키겠는가 하는 것의 맥락과 같은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어버이나 스승에 대한 은혜 기리기가 꽤나 소중히 여겨지는 듯한 이 기념일에 대한 정부, 그 관계 부처의 의식 또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1년 365일 가운데 364일은 어린이 날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닌 거라 할 수 있다. 주지하는 것처럼 태어나기 전의 아이의 장래를 위해 출산까지도 미국 원정을 마다않는 지극한 이 한 가지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극성적인 자녀 사랑의 행태는 삶이 이어지는 내내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어린이날은 공휴일이 되고, 1년 내내 무대접에 푸대접이 이어지는 어버이를 기리는 어버이날은 공휴일도 아니다.
그 알량한 기념일로나마 어버이를 생각해보라는 정부, 그 관계 부처의 윤리적이지 못한 의식,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의 상식적이지 못한 의식이 우리 어버이들의 가슴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아니 격하게 말해 머잖아 이승을 하직할 어버이 섬김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는 게 이 땅에,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말이다.
이러하니 어버이에게 어떤 선물이 우선인가를 조사한 바에 대한 적잖은 대답이 ‘선물 필요 없다’인 것이다. 그리고 바라는 바는 “다른 것 필요 없다. 네가 꿈꾸는 일이 곧 나에 대한 선물이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 한마디”. “자녀들이 늘 밝은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아 주는 것”. “자식 건강이 최고의 선물”이라 했다(KTX(고속철도) 2009. 5월호) 이것이 이 나라 모든 어버이 들의 한결 같은 고귀하고 숭고한 마음인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자녀 사랑의 농도 그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만큼 만이라도 어버이에게 쏟는다면 아마도 오늘과 같은 도덕이 땅에 누워 있는 처지인 것을 감안하면 효자 소리 듣고도 남음이 있을 것 아닌가 한다. 세계 속의 한국, 그간 우리 한국의 으뜸 ‘트레이드 마크, 브랜드’가 곧 ‘예의禮義, 효孝’였던 나라의 현실이 이지경이 된 것이다. 최고 지성 교육의 장에서 교육을 천직으로 삼아 교육하는 자의 한 사람으로서 실로 부끄러움을 떨칠 수 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우리나라의 어버이들처럼 자식을 위해 목숨의 끊어짐까지도 마다않고 헌신 희생을 바치는 경우도 별로 없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오늘날 이 땅의 대다수의 자식들은 어버이 섬기기에 거의 무관심한 게 일반. 또 일면, 어버이 대하기를 ‘X친 막대기’처리하듯 패륜에 가까운 노릇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해대는 경우도 적잖은 것 또한 사실이고.
굳이 진부한 표현일 수도 있는 군사부君師父 일체론一體論에서 어버이의 격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알 수 있으련마는 자식 보듬음에 비견도 안 될 정도로 홀대하는 건 예나 이제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어버이를 어떻게 모셔야 하는가를 고금古今에 있어 간단없이 인구에 회자膾炙된다는 자체가 웅변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어버이를 홀대해 왔음을 교육 지침의 고전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파하고 있다.
“어린 자식 더러운 똥오줌도 / 그대 마음 하나도 거리낌없는데 / 늙으신 부모님 눈물과 침 떨어지면 / 그대는 도리어 미워하고 싫어하네 / 그대의 몸뚱어리 어디에서 나왔는가 / 아버님의 정기와 어머님의 피라네 / 그대여 늙어가는 부모님을 공경하네 / 젊으실 때 그대 위해 살과 뼈가 닳으셨소”
자식을 키워 본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은 치사랑과 내리사랑의 엄연한 차이를 느낄 것이다. 다만 자식 귀애貴愛하는 마음을 단 하루만이라도 부모님께 써 보자는 것이다. 어버이의 은혜에 옷깃을 여미는 마음으로 5월을 맞이하며 상념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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