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재술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
그렇다면 진정한 원인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우리 사회의 이 모든 원인이 기초 질서 교육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군대에서 하극상이 일어난다거나, 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구타한다거나, 경찰이 강도를 잡는 것이 아니라 강도에게 총기 빼앗기고 얻어맞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오늘 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방은 제대로 될 것이며, 교육다운 교육이 될 것이며, 우리 사회의 치안이 유지되겠는가?
출퇴근을 하면서 네거리에 근무를 서는 경찰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근무는 정자세로 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쪽 다리를 뻗고 다른 다리는 비스듬히 구부리고 서서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물끄러미 먼 곳을 보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 질서를 지켜야 하겠다는 마음이 생기겠는가? 미국에서 교통경찰에 심문을 당한 일이 있는데, 사람을 제압하는 그 자세에 기가 죽지 않을 수 없었다. 반항을 하거나 허튼 몸짓을 했다가는 큰 일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필자가 보지는 못했어도 경찰관 교육과정에 보면 경찰관의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내용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내용은 범죄 심리학에서부터 무술까지 다 망라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길거리에서 근무서는 수칙도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론적이고 원론적인 면에서 교육은 잘 하지만, 혹시 매우 단순하고 기초적인 근무수칙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몇 마디 교육으로 처리하지나 않았나 생각해 본다. 기초 교육은 머리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 아니라 실습을 통해서 교육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질서가 잡힌 교육 분위기였다면 어떻게 선생님에게 반항하거나 심지어 선생님에게 폭행을 가하는 학생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학생들에게 매우 거창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교원양성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을 생각해 보자. ‘학습자 중심 교육’, ‘구성주의 학습 이론’, ‘순환학습 이론’ 등 하나 같이 거창한 교육 이론들만 다루고 있다.
그런데 교실에서 학생들을 조용하게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무슨 교육이 되겠는가?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잔소리하고 야단만 치지 진정으로 기초 질서 교육을 시키고 있는가? 잔소리가 교육은 아니지 않는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내 놓은 정책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초 질서 교육에 관한 것은 찾기 어렵고 ‘수월성 교육’, ‘영재 교육’, ‘창의성 교육’, ‘몰입 교육’ 등 하나 같이 거창한 내용들이다.
우리 학교가, 우리 사회가, 우리 국가가 위기를 맞는 것은 거창한 것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그 기초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둑이 도둑질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경찰이 도둑질 하는 것이 더 문제인 것이다. 학생이 무식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교사가 무식한 것이 더 문제인 것이다.
백성이 법을 위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위법을 하는 것이 더 문제인 것이다. 경찰이 도둑질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사가 가르칠 내용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정자가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한 것을 실천하는 데에 뭐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가? 기초만 알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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