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복 변호사 |
그렇게들 근검절약하며 열심히 살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를 우러러보며 원대한 꿈을 품고 키웠다. 가끔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느끼면서도 야심을 가슴 속에 품고 불도저처럼 전진만 하였다. 빈둥거리는 여치인생을 혐오하고 바지런하고 억척스러운 개미인생을 동경하며 닮은꼴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였다. 모으고 쌓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재물이란 억지로 쌓이는 것이 아니다. “손이 부지런한 사람은 재산을 모은다.”(잠언 10장 4절)고, 주어진 일 맡겨진 일에 열중인 사람은 궁하지 않게 된다. 재물이란 일부러 모으려 들면 도망치지만 부지런히 살다보면 저절로 모이게 되어 있다. “재산이 많으면 그 만큼 먹여 살릴 사람이 많은 것, 그러니 많은 재산은 눈요기밖에 될 것이 없다”(전도서 5장 10절). 계영배(戒盈杯)의 교훈, 딴은 너무 많이 모을 것도 없다. 타고 난 각자의 그릇, 한도에 넘치면 내 것도 내 것이 아니게 된다.
사건이 수임되어야 법정을 드나들 수 있고, 법정에 서야 ‘물고기 물 만나듯’ 기(氣)가 사는 변호사가 되고 보니 욕심이 생긴다. 마음을 비우고 ‘지갑에 연연하지 말자’ 거듭거듭 다짐은 하면서도 실제의 행동거지는 언제나 역으로 간다.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치열함은 아니더라도 지레 조바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가장이요 오너이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타고난 탐욕과 허욕 때문일는지도 모르고.
견주면 불행해진다지만 경쟁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꼭 돈벌이경쟁은 아니더라도 일거리경쟁은 있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 보고 싶어 갖는 일욕심을 꼭 나무랄 수만은 없다. 사람이 잡념 없이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면 무엇인가에 흠뻑 빠져야 한다. 일에 빠지고 미치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누가 뭐래도 아름다운 것이다.
변호사는 결코 호사스러운 직업은 아니다. 한가하면 돈벌이가 안 되고 돈벌이가 되면 바빠서 경황이 없다. 적당히 바빠야 여유도 의욕도 생긴다. 그래야 성심성의껏 그리고 최선을 다하게 된다. 사람이란 요상하여 너무 바쁘면 성의가 없어지고 너무 한가하면 나태해진다. 적당한 일거리는 의욕을 북돋운다. 그러므로 사건수임이 아니더라도 일거리는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고정관념은 참으로 무섭다. 변호사=돈 잘 버는 직업, 벌써 폐기처분되어야 할 공식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물론 그러한 변호사도 몇몇은 있다. 더구나 세상만사 상대적이기에 적어도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히 느끼는 바는 법조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공정성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게 사무적이고 획일적으로 변해버렸다.
돈은 필요하다. 다다익선은 아닐지라도 사람에게 여유를 주고 만족을 주고 행복을 주는 요소 중의 하나가 돈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돈이란 인생살이의 도구일 뿐이다. 돈에 트집이라도 잡히듯 억매이거나 쫓기게 되면 결국은 깊고 어두운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보람이나 행복과는 멀어지게 된다.
“멋지게 잘 사는 것은 하늘 아래서 수고한 보람으로 먹고 마시며 즐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비록 짧아도 하느님께 허락 받은 것이니 그렇게 살 일이다. 이것이 인생이 누릴 몫이다.”(전도서 6장 17절) 남의 밥상에 군침 흘릴 이유는 없다. 이웃집 담 너머를 기웃거릴 까닭도 없다. 땀 흘린 자 그에 상응하여 먹을 자격 즐길 자격이 있다. 타고난 재주와 능력에 걸맞게 노력하고 행동하고 주어진 몫을 누리며 사는 인생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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