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순연]꽃보다 일곱 꿈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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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순연]꽃보다 일곱 꿈둥이들

[교육단상]승순연 공주정명학교 교사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29 20면
  • 승순연 공주정명학교 교사승순연 공주정명학교 교사
 열려진 교실 문으로 아이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한결같이 멜가방을 멘 모습으로.

 보조원 선생님 손을 잡고 오는 아이, 교실에 들어오자 마자 화장실로 마구 뛰는 아이, 윗옷을 벗어 던지는아이, 신발을 신은 채 들어오는 아이등등...

▲ 승순연 공주정명학교 교사
▲ 승순연 공주정명학교 교사
 그렇게 일곱 꿈둥이들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첫날은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분주하고 바쁘게만 지나갔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특성은 모두 문제로 다가온 듯 했다.

 선생님 소지품이나 교실에 있는 물건을 늘 가방 속에 넣어가는 아이, 화장실만 들어가면 락스 세제를 뿌려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아이, 대변을 놓고도 처리를 잘 하지 못하여 교실 곳곳에 흔적을 남기는 아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입으로 가져가 크레파스라도 씹으면 세척하느라 한 시간 수업시간이 그냥 지나가는 아이, 물론 특수학교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고 더 힘든 아이들을 맡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다.

그 외에도 다리의 근력이 부족하여 잘 걷지 못하는 아이, 아버님의 학대로 늘 주눅이 들어 있는 아이, 지체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어 스스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 그런 일곱둥이 아이들 각기 다른 모습이 ‘하나’가 될 때까지 ‘함께’ 어우렁 더우렁 지낸 시간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작은 일들이 있다. 학교에는 온실이 있어서 가끔 아이들과 온실 관찰 학습 시간을 가졌다.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도 알고 정성을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도 일깨워 주고 싶었다. 아이들 손을 빌어 개인별 화분에 꽃묘도 심고 물도 주고 거름도 주었다. 꽃 친구들에게 인사할 때마다 잎이 하나 둘씩 더 나기 시작하고 꽃잎이 피기 시작하면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식물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잎이 날 때 마다 선생님, 이것’
 ‘꽃 잎이 필 때 마다 선생님, 이뻐’

 싱싱하게 자라나는 봄의 식물처럼 예쁜 일곱 꿈둥이들도 봄과 함께 쑥쑥 자라는 희망이고 기쁨이었다.
 ‘깊고 작은 산골짜기 사이로 맑은 물 흐르는 작은 샘터에 ……. 빛처럼 밝은 마음으로 너를 닮고 싶어’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네잎 클로버’ 동요이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꾸준히 듣고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느날,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사로 부르는 아이, 허밍으로 부르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예쁜 천사들을 내게 선물하신 신께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름을 불러주면 베즈시 웃는 두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얼짱 성진이, 보기와는 달리 귀공자 먹보 풍규, 미소 살인마 상선이, 만물박사 영진이, 공주병 지연이, 재주꾼 진효.

 아침에 눈을 뜨면 가야할 곳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를 눈물겨운 행복감에 젖게 했다. 바로 일곱 꿈둥이들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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