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자 대전주부교실 사무국장 |
안타까운 것은, 1996년 한국소비자원의 「주요 수입소비재 유통 및 마진 실태조사」보고서에서 핸드백 159%, 여성정장 206%, 화장품 293%, 손목시계 158%의 유통마진율을 가지고 있어 과다하게 책정된 수입상품의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그러나 10년이 훨씬지난 지금, 조사당시에 비해 유통환경은 더욱 다양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마진율 하향조정 등 소비자의 권익옹호를 위한 정부의 보다 근원적이며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사업자들의 배만 불린, 소비자를 대상으로 돈벌이에 급급한 수입업자들만 양산한 꼴이 되었다.
수입개방의 목적은 세계 여러 나라의 값싸고 우수한 상품을 국내에 수입 ·유통시켜 국산품의 가격 및 품질 등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목적 달성을 위한 방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오래전부터 소비자단체가 중심이 되어 수입상품의 유통마진 적정화 도모, 수입가격표시 제도 및 소비자가격 표시관행 개선 등을 주요골자로 한 주장을 해 오고 있지만 시행되고 있지 않아 결국 소비자들은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약탈적 폭리가 자행되고 있는 것은 수입상품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소비자단체가 지난해 12월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5% 인하하고, 할증 기준금액을 150만원으로 높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손보사들의 2008회계연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69.8%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 근거하고 있다. 순이익이 늘어난 만큼 그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손해보험사는 손해율이 올라가면 즉각 보험료를 인상하는 반면 떨어지면 반영하지 않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하고 있다. 보험료 인하와 함께 자동차보험 차량 대물수리비가 50만원이상 일 때 보험료를 할증 적용하는 것은 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처리를 못하게 하는 비합리적인 제도인 만큼 할증 기준금액을 150만원으로 높여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소비자들의 입장과 이익을 충분히 반영한 대책이 수립되었으면 한다. 또한 수입화장품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화장품의 수입가격 표시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소비자 행동이다. 소비자 스스로가 “불매운동”과 같은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그 행동이 성공해 혜택이 생기면 이를 받아들이는 무임승차자(free rider)로 머문다면 사업자와 당국의 공생적인 ‘철의 동맹’의 영원한 희생양으로 남을 것이다.
폭리가 시장경제에서 만연할 때 건강한 의미의 거래구조와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도한 이익추구로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는 업자, 이를 관망하면서 정부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면 직무유기이다. 자율적 판단 능력이 마비된 소외된 소비자들(alienated consumer)의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 ‘함께, 같이, 고루’라는 이상의 현실은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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