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도 SSM 진출... 중소상인만 죽어날판

이마트도 SSM 진출... 중소상인만 죽어날판

● 대형마트 규제 ‘뜨거운 감자’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27 13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대형마트 규제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최근 이마트의 슈퍼마켓 사업 진출 ‘선언’은 이러한 논의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소상공인들은 대기업들이 동네상권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공청회와 토론회 등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형마트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 각종 법률 개정안 및 특별법안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만 무성한 상황이다. 국내의 대형마트 진출 현황과 규제에 관한 논의 등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대형마트 현황=현재 국내 대형마트는 4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대형마트 점포수는 385개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2000년 162개에 비해 두 배를 훌쩍 넘긴 수치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국내 대형마트 점포수가 4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포 수 증가와 함께 대형마트의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현재 11조 2000억 정도이던 대형마트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29조 9000억 규모로 증가했다.

문제는 대형마트의 확산이 중소점포와 재래시장의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협의회가 통계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0년을 기준으로 90만 9884개에 이르던 중소유통업체수는 지난 2007년 84만 7833개로 6만 여개 감소했다.

재래시장 역시 대형마트의 확산으로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사이에만 전국적으로 2만 여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상인들은 중소점포의 매출을 고스란히 대형마트에 빼앗길 결과로 보고 있다. 김경배 한국슈포마켓협동조합협의회장은 “지난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대규모 점포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중소점포와 재래시장이 무너지고 있다”며 “법률 개정을 통해 무분별한 대규모 점포 확산을 제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골목상권 위협=중소상인들의 더 큰 위기 의식은 대형유통업체의 슈퍼마켓 사업 진출에 있다. 이마트의 슈퍼마켓 사업 진출에 중소상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마트가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말까지 개설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점포 수는 3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대형유통업체가 ‘공룡 슈퍼’로 불리는 SSM(슈퍼 슈퍼마켓)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만 해도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74개에 달하는 대형유통업체의 SSM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 1월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17개, GS슈퍼마켓 104개, 롯데슈퍼(한화슈퍼 포함) 111개 등 456개 정도의 SSM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점포가 확장되면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져 중소상인들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맞고 잇는 셈이다.

지난해 ‘대규모점포 사업활동 조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이상민 의원은 “대규모점포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현행법상 등록제의 제한을 받지 않는 3000㎡ 미만의 SSM형식으로 도심 상권을 파고들면서 재래시장 및 소규모 슈퍼를 위협하고 있다”며 “대규모점포와 마찬가지로 SSM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규제 사례=대형마트와 SSM의 확산으로 규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음에도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WTO규정을 위반할 경우 대외이미지 실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소유통업의 경쟁력과 자생력 확보가 보다 합리적인 대안 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형유통점이 아무런 제한 없이 중소유통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오히려 중소상인들에게는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이미 해외 선진국들도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규제를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중소소매점과의 경쟁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연면적 300㎡ 이상의 모든 점포를 대상으로 도시계획 및 토지이용규제와 연동되도록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은 평일 및 토요일 오후 10시까지로만 제한하고 있다.

또 독일에서도 전용면적 800㎡이상의 소매점에 대한 허가제를 시행하면서 대형유통점의 일요일과 공휴일 영업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영국 등도 일정한 규정에 따라 영업을 허가하면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경배 회장은 “정부가 WTO 규정을 들어 대형마트 규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규정을 세부적으로 검토해 보면 논리적 근거가 취약하다”며 “다수의 선진국에서도 이미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대규모 점포 확산 제한을 위한 법률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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