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윤도 건양대 대학원장·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 |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사업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관련 사업에 나서는 등 전국적으로 4대강과 관련된 많은 사업과 행사들이 쏟어져나오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 20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2012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마무리되면 4대강 물줄기를 따라 2000㎞의 자전거길이 생긴다”면서 “전국적인 자전거 네트워크를 만들어 녹색성장의 전기를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금강은 우리나라의 이 4대강 중 세 번째 길이의 강으로 전북 장수에서 출발하여 충북을 거쳐 대청호에 모였다가 충남의 허리를 휘감고 돌아 장항에서 서해로 빠져나가는 총길이 396㎞에 달한다. 전북, 충북, 대전, 충남 등 4개 시·도를 이어 흐르지만 그 주맥은 충남을 흐른다고 볼 수 있다. 대청호에서 모아졌다 내려온 물은 대전시 동구, 대덕구와 유성구를 거쳐 연기군 행정복합도시의 한 복판을 지나 공주시, 청양군, 부여군, 논산시, 서천군에 이르기까지 충남 남서부의 6개 시·군을 아우른다. 대청호 상류에선 금산군도 통과한다.
대청호 아래 충남·대전의 255㎞ 구간은 특히 우리 고대역사와 문화의 발상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수천년 동안 역사의 강, 문화의 강으로 충청인과 함께 살아오며, 충청의 젖줄 역할을 해온 강이다. 완만한 물의 흐름과 풍부한 수량은 유역에 너른 들을 형성했으며, 온화한 기후는 큰 재해가 없는 곡창지대를 이루어 선사시대부터 삶의 터전 역할을 해왔다.
동북아 고대문화의 원류로 자리잡고 있는 백제문화가 발원했으며 조선시대 해운과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더 올라가 선사시대의 삶의 터전 이었으며 근대에는 동학혁명의 항쟁터였으며 호국독립운동의 성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결국 금강은 충청인들에게는 생명의 강이자 정신의 강이었으며 우리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 민족의 역사의 강이자 번영의 강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강의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문적 차원에서의 금강에 대한 연구나 지역민 차원에서의 금강 사랑운동 등은 상당히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금강 줄기를 따라 도도하게 펼처져온 충청의 상서로운 기운과 생명력의 근원을 상기(想起)하거나 전승하려는 노력도 찾기 어렵다. 정부는 그동안 한강과 낙동강 우선 정책을 써왔고 지자체 역시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4대강 살리기가 진행되면서 대전·충남 일원에서도 활발한 금강 사랑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각종 시민단체나 언론기관들을 중심으로 금강 관련행사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충남 유역 7개 시·군에서 시민 차원의 ‘금강살리기 공동협력포럼’도 결성되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도 ‘금강권역 발전 전략’의 큰 틀 아래 자치체 내의 금강 권역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류들까지 합치면 실제로 금강은 실핏줄 같이 충청의 땅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 따라서 금강 살리기는 충청인들의 주도하에 충청인의 정서가 살고, 충청인의 기개가 이루어지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두에 충남도가 서야 한다. 지난 달 유역 지자체 장들로 구성된 ‘금강 살리기 시·군 협의회’와 함께 금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서 강을 따라 역사순례의 길을 만들고 나루마다 문화탐방의 길로 이어지게 하여 그 안에 숨쉬는 모든 이들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강한 금강 네트워크 천국을 이루어야 한다. 시·군별 독자성을 살리면서도 금강 전체의 통일성을 살리는 것이다. 금강을 통해 충청인이 단합하고, 충청의 모든 문제들을 거대한 금강의 용광로에서 융합하고 재창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