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속에서는 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1만 4000여 명에 달하던 산업일꾼들은 4000여 명 수준까지 줄었다. 출근시간이면 볼 수 있었던 자전거 행렬도 이제는 보기 힘들어졌다..
반면, 1·2 산업단지가 대전을 여기까지 끌고 온 성장의 심장이라는 자부심은 강해보였다.1980년 대전산업단지협회에서 산업단지 내 공장 관리 업무를 시작하면서 산업단지와 인연을 맺게 된 박상돈 부장(58)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취업을 위해 시골에서 형·동생 나란히 올라오던 시절
대전산업단지협회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85년 1·2 산업단지에서 일하던 정식사원만 1만 4000여 명 수준이었다.
그래서 산업단지 경계를 둘레에 판잣집처럼 슬레이트로 된 가옥에 형제나 남매가 나란히 사는 경우가 많았다.
또 전화기를 조립하는 한 업체는 1000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기숙사에 통근버스까지 운행하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통근버스는 일반 업체에서도 먼 곳에서 다니는 사원들의 복지차원에서 마련되지만 1980년대에는 일부 잘 나가는 업체에서만 준비할 수 있던 것이었다.
당시 경제성장에 힘입어 이곳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좋아 인근 골목마다 활기가 넘쳤다.
대전산단이 생긴 후 주변에 식당가가 들어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밤이면 근무를 끝낸 직원들이 음식 골목을 가득 메우곤 했다.
▲넓은 공장부지 나눠 쓰고 외국인 고용자 늘어나고
199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 현재 공식적으로 대전 1·2 산업단지에 외국인 근로자는 250여 명 수준이다.
1·2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의 수는 195개까지 늘었지만 일하는 종사자는 오히려 줄어 4000여 명 정도 일하고 있다.
IMF를 겪은 이후 고용구조를 바꿔 기계를 도입하고 인력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이 많이 줄어든 이유다.
박상돈 부장은 “34만 평에 195개 업체가 들어 있다는 것은 부지를 그만큼 좁게 쓴다는 의미다. 예전에 대규모 공장이 있던 자리에 현재는 기계조립업체 20여 곳이 입주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을 대표하는 큰 업체는 그만큼 줄은 반면 소규모 업체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
▲대전산업단지 연매출 2조 원, 대전산업의 주춧돌
도심과 떨어져 만들었던 대전산업단지 주변에 상가와 주택가가 들어서면서 산업단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단지가 악취저감 대책구역으로 지정돼 악취를 배출할 우려가 있는 기업은 이곳에 입주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환경정비차원에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아파트형 상가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환경정비차원에서 녹지를 만들고 문화시설을 조성해야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 이러한 것들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또 산업단지가 조성된 지 30년이 넘다 보니 도로 및 기반시설이 낙후돼 최근에 생긴 산업단지에 기반시설을 뒤지지만, 이곳에서 연간 2조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수출한 상품이 벌어들인 돈이 4억 5900달러에 달한다. 박 부장은 “산업단지가 없는 도시는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산업단지 역할이 그리 부각되지 않았지만, 대전지역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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