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
과학기술은 노동과 자본투입 위주에서 첨단지식과 기술의 인적 자원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전환하기 위한 프론티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첨단과학기술에 미래를 걸고 있다. 과학기술 경쟁의 우위를 확보한 나라는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반면에 경쟁의 대열에서 낙오된 나라의 미래는 눈을 가린 채 손으로만 더듬어 코끼리의 모습을 그려야하는 신세로 몰락하게 돼 있다.
오늘날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칭화대(淸華大) 등의 우수한 이공계 인력이 중앙정부의 요직에 포진되어 일관된 과학기술정책을 창안하고, 차세대 첨단기술인력 양성에 힘써온 결과다. 최근 들어 기울었던 인도의 국운을 깨우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다름 아닌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과학기술의 힘이었다.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성공 역시 기술 중시 정책의 결과였다.
우리는 한때 과학기술이 산업화의 원천요소가 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응용되어 산업화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식기반사회에서의 패러다임은 “과학기술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이득과 고용을 창출해 가장 큰 부가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는 황금 알”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통해 발견된 창의적 지식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지 않던 전혀 새로운 산업분야를 탄생시킨다. 정보통신산업(IT), 생명공학산업(BT)이 지구상에 탄생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지만 오늘날 지구경제를 지배하는 거대 산업군으로 주목받고 있지를 않은가?
요즈음 한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위기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선진 과학기술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연구투자비와 전문인력, 그리고 낮은 처우에다가, 이공계 진학 학생 수 급감 등 여기저기에서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년 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에서 “먹고살기 힘들수록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과학기술인들이 하는 일은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녹색기술을 개발하고 그린이코노미(green economy)를 살리는 일에 과학기술계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과학기술 분야의 예산을 올해 16.9%로 대폭 늘려 과학기술 투자에 어느 정부보다 역점을 두고 있다. 며칠 전 박찬모 대통령과학기술특별보좌관은 미래인재포럼에서 “과학기술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는 강하다. 문제는 행정부와 청와대에 과학기술전문가가 적은 것이다.”라고 과학기술 인재의 등용을 주장했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도 여야가 한 마음으로 “청와대에 과학기술 수석보좌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 예산과 인력의 확충 등 과학기술인의 사기진작, 과학기술인의 직접적인 정책참여 확대, 이공계 학생 육성 및 취업 지원,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 늦었지만 반가운 목소리를 이제는 실천할 때다. 만일 우리가 이런 일들을 소홀히 하게 된다면 앞으로 과학기술을 자주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는 우리에게 주어지지조차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필요하다. 그것이 ‘제42회 과학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사회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인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이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착실하게 추진하고 달성해 나가야 한다. 이 길만이 ‘지식기반사회’의 기술자립국이자 ‘그린 이코노미 시대’의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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