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장애인악단 창단
신은 베토벤에게서 두 귀를 허용치 않았지만, 끊임없이 솟구치는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가져가지 못했다. (베토벤 전기 중)
몸은 남들보다 조금 불편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베토벤 못지않은 이들이 있다.
장애인들로 구성된 충남관악단 ‘희망울림’이 그들이다. 희망울림 단원들의 손짓과 성대의 울림 하나하나에서 영글어지는 선율이 충남 전역에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17일엔 논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그들의 연주가 흘러나왔다. 학생 수가 50명 남짓한 이 농촌학교에서 학생들이 관악을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학생들은 처음 접하는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연주에 자연스레 동화돼 갔다.
이런 음악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곳은 희망울림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공주치료감호소, 재활센터, 양로원, 모자보호시설 등 소외받거나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희망을 울릴 수 있게 하는 것이 희망울림 단원들의 진정한 바람이기 때문이다.
희망울림은 지난 2005년 1월 충남도와 충남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 손을 잡고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장애인 악단이다.
당시엔 희망울림 단원들의 손과 입을 통해 흘러나올 아름다운 선율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전문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도, 악보를 읽는 능력도, 박자에 대한 감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여 간의 연습결과 2005년 12월 창단연주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고마나루축제, 누리재활원 개원식 등 사회 곳곳에서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희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음악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희망울림의 성공적인 사례는 정부 등 각 기관에서 장애인들의 모범 선례로 선정되는 등 이제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희망울림의 또 다른 기치는 아직 태동하지 못했다. 제2, 제3의 희망울림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대부분 무모한 시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어느 누구도 희망울림에 무모하다는 말은 하지 못합니다, 아쉬운 것은 이런 희망울림 같은 단체가 여러 곳에서 만들어져 장애인들이 진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라는 희망울림을 탄생시킨 노덕일 희망울림 지휘자의 말 속엔 또 다른 희망울림이 대전, 충북을 비롯해 우리나라 전역에 피어나길 바라고 있었다./김경욱 기자 dearwgi@
■ 휠췌어 이동권 '비명'
지하상가 리프트 '그림의 떡'
지난 18일 오후 중구 중앙로 홍명상가 입구.
모처럼 쇼핑을 나온 염 모(34ㆍ남ㆍ지체장애 1급)씨는 휠체어를 타고 지하상가를 가기 위해 인터폰을 수회 눌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적혀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7분이 지난 후 나타난 관리직원은 “작동이 안 된다. 市에서도 알고 있다”는 황당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염씨는 다음 지하상가 입구를 찾아 휠체어를 힘차게 굴렸다. 불법 주차된 차량과 인도 곳곳에 박힌 볼라드가 염씨를 괴롭혔다. 몇 분이 지났을까 출발한 지 수백 미터를 지나자 중앙로역 입구가 보였다.
염씨는 인터폰을 눌렀지만 또 응답이 없자,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장애인 리프트를 이용한 후 겨우 지하상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늘(4월 20일)은 제29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후 1년이 지났지만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차별 아닌 차별을 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만 봐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대전지역에 운행되는 장애인콜택시는 모두 15대. 1만 7000여명(1ㆍ2급 중증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2~3일전에 예약은 필수란다. 그것도 오후 10시가 넘으면 무용지물이다.
장애인콜택시 운행시간이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정상인처럼 저녁식사 후 술 약속은 꿈같은 얘기다. 24시간 운행되는 서울시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또 장애인들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려면 버스 정류장에 나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정류장에 도착하는 정확한 운행시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개편한 시내버스 환승 시스템에도 장애인은 없다. 저상버스가 전 노선에 50대밖에 없을뿐더러 정상인도 힘든 환승을 30분 내로 하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상인의 키에 맞춰진 도착시간 알림 단말기도 지체장애인은 포기해야 한다.
장애인들은 차별없는 세상을 외치고 있지만 이처럼 교통약자를 위한 대전시의 배려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조성배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현재까지 장애인의 날은 1년 내내 갇혀 지내던 장애인들을 불러 잔치를 열어 주는 날에 불과했다”며 “앞으로는 365일 차별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통약자 이동권을 보장하는 관련법을 공동발의한 박수범 시의원은 “교통약자증진법이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지자체 재정 부담 등의 문제가 있지만 점차 나아 질 것으로 생각 한다”라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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