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매출 ‘쑥쑥’=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시계가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불황에 전반적인 매출 신장이 저조한 가운데서도 시계 만큼은 유독 눈에 띠는 매출 증가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매출 증가에는 남성 고객들이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 시계 품목은 전반적으로 30% 정도의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브랜드에 따라 10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 이 중 남성 시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60~70% 정도로 사실상 시계 매출 증가를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의 경우도 시계 브랜드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거의 두 배 정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0~50만원대 중저가 제품은 물론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이른바 명품 브랜드 제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실제 명품 시계 브랜드 편집매장인 타임월드점 ‘빅벤’의 경우 500만원 대 이상의 고가 라인으로만 구성돼 있음에도 올해 58%가량의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으며, 남성 고객들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시계가 뜨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으면서 시계라인을 새롭게 출시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크리스털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의 경우도 최근 45개 디자인으로 새롭게 론칭한 시계라인을 전면에 내놨다. 타임월드점 이용순 스와로브스키 매니저는 “시계를 하나의 액세서리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시계라인의 강세에 발마춰 출시한 제품들도 크리스털의 장점을 살려 최대한 화려하면서도 심플한 악세서리 기능을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패션의 완성(?)=그렇다면 과연 시계를 찾는 남성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일단 과거와 같이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만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브랜드와 디자인 등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양한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여성과 달리 시계는 남성들이 멋을 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소품이라는 점에서 그 심리를 분석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시계가 ‘남성 패션의 완성’이라고까지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장 차림이 많은 직장 남성의 경우 어찌보면 시계가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자 타인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소품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보통 스타일에 따라 3~4개 정도의 시계를 보유하고 있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발맞춰 시계 브랜드들도 저마다의 특색있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스타일 이미지를 만들어 남성고객들을 공략하는 추세다.
시계가 남성들의 주요한 패션소품으로 인식되면서 이를 통해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을 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불황 속에서도 최대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시계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점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 백화점 명품 시계브랜드 매니저는 “몇 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제품도 몇 달을 기다려야 물건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팔려나가고 있다”며 “요즘에는 시계 자체가 점점 커지는 추세인데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 현상과 맞물려 시계가 남성들이 경제력을 과시할 수 있는 소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도 천차만별, 어떤제품을 고를까?=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도 브랜드에 따라 40~50만원대 중저가 제품부터 수천만원 대의 고가 제품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의 경우 일단 20~30대 젊은 층에서는 CK, 엠포리오 아르마니, 버버리 등 중저가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40~50대의 경우는 브라이틀링, 오메가, 까르띠에 등 고가 또는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 최근에는 특정브랜드나 디자인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성향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1백만원 대 이하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명품 브랜드 시계 편집매장 ‘갤러리아어클락’에서도 연령층에 따라 30대 이하의 경우 40만원 대의 아르마니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40대 이상에서는 50~100만원 선의 팬디와 베르사체, 버버리 라인 등이 잘 팔리고 있다.
고가라인에서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1800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보이는 ‘말테’라인과 각각 500~1500만원 및 800~4000만원 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IWC’의 ‘파일럿’,‘포루트키즈’ 등이며 이들 제품군은 품귀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일단 최근에는 남성들도 브랜드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 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선은 적정한 가격대를 고려해야 하며, 다양한 제품을 착용해 본 뒤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브랜드를 선호하기 보다 자신에게 보다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나 제품이 어떤 것인지 판단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임월드점 조형은 갤러리아어클락 사원은 “시계도 개개인의 손모양이나 피부톤에 따라 어울리는 것이 따로 있다”며 “매장에서 직접 착용해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해야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