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시작은 1959년 한 초등학교에서였다. 미래의 풍경을 그리는 아이들 가운데 숫자만 빼곡히 적어내리는 소녀가 있었다. 2009년 타임캡슐이 열리고 숫자가 적힌 종이는 천체물리학자 존 코슬러의 아들에게 전해진다. 존은 심심풀이로 숫자들의 의미를 해독하다 그것이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대재앙의 날짜 및 사망자수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렇게 보면 인류 멸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데.
프로야스 감독은 ‘다크 시티’의 이야기를 현실로 끌어와 블록버스터급으로 확장한다. ‘노잉’은 우주의 모든 일이 이미 정해져 있는 대로 일어난다는, 결정론을 믿는 감독의 묵시록적 종말론이다.
영화에서 존(니콜라스 케이지)은 묻는다. “지구의 종말을 어떻게 막지?” 하지만 프로야스는 냉혹하게 못 박는다. “못 막아.”
영화 전반부를 강타하는 비행기 추락 장면. 추락한 비행기에서 안간힘을 다해 기어 나온 가족은 갑작스런 폭발에 불에 탄 채 존의 눈앞에 쓰러진다. 안간힘을 쓰더라도 주어진 운명을 바꿀 수 없고, 재난의 현장에서 무방비로 죽어가는 사람들, 그들을 무방비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의 모습을 통해 감독은 인간 존재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비행기 추락 장면과 지하철 탈선 장면은 상업적인 재난영화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공포를 안겨주는 시각적 테러다. 온통 찢겨지고 뭉개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 사고 현장에 서 있는 듯 엄청난 공포가 밀려온다.
영화의 힘은 거기까지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급격히 힘이 빠진다. 천사 또는 외계인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신비한 존재의 등장. 또 성경을 끌어들인 게 분명한 결말은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잉’은 성경은 물론 각종 예언서의 상징을 버무려 만든 SF 재난블록버스터다. 프로야스는 이 영화를 두고 “영적인 탐험”이라고 소개했지만 이 말에 동의할지 안 할지는 관객의 몫이다./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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