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이에 북한 정권은 미사일 발사라는 강수를 통해 미국과의 조속한 대화를 실현하고 회담에서의 유리한 협상고지를 선점하고자 했다. 3단계로 구성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1, 2단계 미사일은 예상대로 분리되어 무수단리 발사장으로부터 3천 600킬로 이상 비행함으로써 대륙간 탄도미사일로서의 개량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3단계 로켓이 성공적으로 점화되어 탑재한 탑재물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데에는 실패하였으나 장거리 투발 능력을 과시하는데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로써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제재에 착수할 것이나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능력에 대해 새삼 주목하면서 조만간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난 9일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김정일 정권 3기에 해당하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를 개막하였다. 따라서 개막에 앞선 축포로서의 미사일발사장면과 관제소에서 이를 지켜보는 김정일의 동정을 집중 보도하고 평양에서 10만 군중집회를 개최하는 등 미사일 발사를 체제결속과 김정일 리더쉽 선전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 정권의 무모한 도발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북한은 이미 개발한 핵무기 등을 미사일에 탑재하여 미국 등 국제사회를 위협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협박에 굴복할 나라는 없다. 북한이 도발을 강행할 수록 북한체제에 대한 불신과 제재 여론이 높아져 북한으로서는 더욱더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군사력에 집중하면 할수록 국제사회는 미사일 방어망을 더욱 정교하게 갖추어나갈 뿐만 아니라 정권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심이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에게까지 파급될 것이다. 북한의 도발 행태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이 일치 단결하여 공조체제를 가동하면 북한의 군사력은 무용지물이 될 뿐, 우리의 안보 환경에는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과 협박이 지속되는 한 국내 극소수 친북, 종북집단을 제외하고는 비판적 여론이 비등하여 북한이 기대하는 남남갈등도 발생할 여지가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로켓 1기를 발사하는데 최소 3억불에서 최대 6억불까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비용이면 자체 생산량을 포함하면 북한의 2천 4백만 주민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굶주린 백성의 피와 땀을 김정일정권은 체제 보존과 김정일의 허황된 야망을 충족하는데 전용한 셈이 된다.
북한이 아무리 미사일은 평화적 우주개발용이라고 흰색 페인트로 포장한다고 해도 그 안에 감추어진 허위와 야만을 감출 수는 없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회담에 임하게 되더라도 주민들의 삶보다는 정권과 체제안보에만 급급한 북한 당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전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김정일정권이 미사일과 핵개발 등 기만에 찬 벼랑끝전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조만간 내부로부터의 불만 표출과 외부로부터의 변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추락하는 순간 날개없는 자신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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