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 계룡산 신원사 양화리 일대에서 열린 계룡산산신제를 지켜보던 김채경(42·천안시 성정동)씨는 사과와 배를 ‘슥슥’ 베어내던 날 선 작두 위에 무녀가 맨발로 올라서자 손에 땀을 쥐며 굿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공주시와 계룡산산신제보존회가 주최한 이번 축제에서는 유·불·무가식 산신제와 함께 우리나라 고유의 다양한 전통 굿 시연이 펼쳐졌다.
11일에는 충청도 전통 앉은굿과 작두굿이, 12일에는 서울 세남굿, 황해도 군웅굿, 오방 작두굿, 최영장군 12작두굿이 열려 계룡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전국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굿문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굿은 형태에 따라 크게 선굿과 앉은굿으로 나뉘는데 선굿은 무당이 서서 하는 일반적인 굿을 말하며 앉은굿은 주로 앉아서 경을 읽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대전을 중심으로 한 충청지역은 앉은굿의 전통이 강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앉은 굿 중심 무속문화권을 이룬다.
▲ 11~12일 계룡산 신원사 양화리 일대에서 열린 계룡산산신제에서 권아연 보살이 작두굿을 시연하고 있다. |
또 작두굿을 선보인 권아연 보살은 날카로운 칼날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콩콩’ 뛰는 모습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으며 무대 주위를 돌면서 관광객들에게 5가지 색깔의 깃발 중 하나를 뽑게 해 즉석에서 운세를 점쳐 주기도 했다.
굿 시연을 지켜보던 이준수(47·대전시 서구 탄방동)씨는 “어릴 적 시골에서 몸이 아픈 삼촌의 건강을 기원하는 굿을 본 기억이 어렴풋한데 산신제에서 전국의 굿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굿이 있다는데 놀랍고도 신비로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8년 복원돼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계룡산산신제는 웅진단 터에서 유가식 수신제례를 시작으로 불가식 산신대제와 국악 한마당 등이 다채롭게 진행됐는데 가요 ‘비둘기 집’으로 유명한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손 이석 씨가 임금의 복식으로 유가식 산신제례에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임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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