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들은 업체들의 횡포도 모자라 불합리한 제도로 심각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체류 기간을 남겨 놓고도 관련법 상 불법 체류자가 돼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종종 야기되기 때문이다.
몽골인 근로자 A(34)씨는 3년의 체류 기간을 허가받아 지난해 10월 28일 입국, 직장을 다녔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다가 취업 4개월여 만에 직장을 그만 두게 됐고, 지난달 9일 김포에 있는 모 어업회사에 다시 취직했다.
하지만 업체는 평소 위가 좋지 않았던 A씨에게 “일단 써보고 고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고용을 미뤘다.
A씨는 아픈 몸을 추스리며 직장을 다녔지만 결국 위병이 발병했고, 업체는 “고용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했다. 이 과정에서 전 직장을 퇴사한 뒤 2개월이 훌쩍 넘었고, A씨는 체류 기간이 2년 넘게 남았는데도 불법 체류자가 돼 돈 한 푼 제대로 모으지 못한 채 몽골로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A씨는 외국인근로자 관련 상담기관에서“많은 돈을 들여 어렵게 한국에 들어왔는데 1년도 되지 않아 강제로 추방된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처럼 체류기간을 남겨 놓고도 강제 출국되는 외국인 근로자가 종종 발생한다고 관련단체는 밝히고 있다.
이는 현행 법 상 외국인 근로자가 퇴사 후 2개월 이내에 재취업하지 않으면 체류 기간이 남았더라도 불법체류자로 간주, 강제 추방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의 허용)에는 “2개월 이내에 출입국 관리법 제21조 규정에 의한 근무처 변경 허가를 받지 못하면 출국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같은 법적 문제를 악용해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을 정식 채용하지 않은 채 일을 시키다가 2개월이 지나 불법 체류자가 되면 급여를 적게 주면서 계속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를 법으로 명백히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천안외국인근로자센터 최성운 과장은 “낯선 타국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돈을 벌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는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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