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수 충남도교육감 권한대행 |
봄꽃은 색을 자랑하지만 향기를 알싸하게 내뿜지 않는다. 봄꽃이 흩날리는 모습은 꽃비를 연상케 한다. 봄꽃은 잎사귀를 매달지 않았지만 열매의 씨앗을 지닌다. 특이한 것은 열매 속에 향취와 단맛을 지닌다는 점이다. 여름 난초와 가을 국화는 꽃 자체가 향기를 지니지만 아쉽게도 열매가 없다.
봄에 화려한 봄꽃을 피우고 소중한 열매를 가져오는 자연의 이법은, 학생들이 봄에 생동하는 꿈과 희망을 지니고 이를 성취하는 교육 본연의 모습과 대비된다. 특히 대학입학을 목전에 둔 우리 고3 학생들에게 웃음과 기쁨이 가득한 결실이 있기를 기대한다.
어둘 때 하얀 봄꽃이 불빛에 더 희게 빛나는 것처럼, 지금 고등학교 교실은 밤에도 환하게 빛나고 있다. 자기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키우고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책과 씨름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 쉬는 시간이라도 상쾌한 밤공기 속에서 봄꽃의 피고 짐을 바라보며 생명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느끼는 여유를 지녔으면 한다.
자아 성장을 위해 애쓰는 우리 학생들이 어려움을 견뎌내고 풍성한 결실을 이루기 바란다. 스스로를 단련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넘어졌다가 일어나 다시 달리는 사람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오늘날 대입전형에 우리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 1~2점의 등락에 기뻐도 하고 좌절도 한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일까?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이는 공교육을 더욱 위축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일이 된다. 지·덕·체를 고루 갖춘 전인으로 키우는 초·중등 교육과정의 알찬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대입전형에 ‘성적’보다 ‘학생다움(Studenthood)’을 평가요소로 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대입정책에도 다양한 전형방법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수능성적이나 학생부, 논술, 면접도 전형의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형형색색의 다채롭고 다양한 봄꽃과 같은 여러 가지 전형방법이 필요하다.
‘학생다움’이란 무엇인가? 호기심, 자기훈련, 노력, 상상, 지적능력, 경이감, 자발적 수행력, 공감, 열린 마음, 시민성, 인내심, 잠재력 등 학생이라는 신분을 특징짓는 요인이다. 이러한 학생다움이 대입전형요소에 포함돼야 하지만 정량화시켜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점이 불가능하였기에 이제까지 성적에 의해 줄세우기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제도는 평가요소에 학생다움을 반영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다.
우리 교육청은 공주교대·공주대·충남대·한밭대 등 지역 국립대와 지역인재 선발전형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의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와 결부하여 독서이력, 진로활동,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협약의 요지다. 사교육에 취약한 농어촌 학생에게 꿈을 심어주고, 지역간 균형 있는 교육발전을 도모하며, 공교육 활성화를 진전시키기 위함이다.
큰 틀의 밑그림은 그려졌지만 하루아침에 공정성 확보, 기대치 충족 등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앞으로 개선할 방향을 가늠하고 최선의 정책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윽한 향기는 부족하더라도 다양한 색채를 띠고 열매의 단초가 되는 봄꽃다움의 섭리를 지켜보며, 성적은 잠재적이라도 학생다움이 반영된 다양한 대입제도 속에서 우리학생들이 미래를 꿈꾸며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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