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산 충남경찰청 정보1계장 |
우리경찰은 어느 때 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비전과 전략제시, 신종범죄, 고객인 국민들의 기대에 맞는 치안서비스 등 여러 변화에 직면해 있다. 아울러 민생 침해 범죄와 생활민원 형 112신고 증가, 공권력 경시 풍조 만연, 각종 집회 시위 등 과중한 업무에 묻혀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짊어진 짐은 보지 않고 잘 걷는 방법만 찾아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범죄 연구 분석가들은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찰 활동 보다는 실업률, 교육, 성별, 연령, 가정과 같은 변수들이며 범죄 예방은 경찰에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눈여겨 볼 대목이다. 경찰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지역사회 및 관련 당사자들의 상호 협조와 파트너십이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경찰활동 역시 지역사회의 동의에 의해 결정된다.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범죄와 무질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구성원들 간의 교류와 합의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경찰은 지역별로 자율방범대, 녹색어머니회, 모범운전자회, 생활안전협의회 등 다양한 단체와 함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역 생활 안전과 질서유지, 학교 폭력 및 범죄와 교통사고 예방 등 치안 현장에서 부족한 경찰력을 적절하게 지원한다. 또한 지난해 3월부터 운영중인 지역사회 법질서 확립과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한 ‘지역치안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주요기관과 단체까지 포함하고 있어 의의가 크다.
병원 등과 같이 ‘여성 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교육부와 함께하는 ‘배움터지킴이’ 제도, 또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 2005년 3월부터 건교부, 주택공사 등과 협력,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CPTED는 1970년대 미국에서 유래되어 영국, 일본, 호주까지 활용중이다. 이는 범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건축 기법이다.
아이들이 많은 놀이터나 통학로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위치시키고, 감시가 용이한 곳에 아파트 경비실을 두며 범죄자가 숨을 수 있는 담을 없애거나 높이 제한, CCTV설치, 도주로 차단을 위한 막다른 골목길(쿨데삭 : Cul De Sac), 범죄 잦은 샛길에 주민만 이용하는 문(앨리게이터)을 설치하는 것 등을 건축 관계 법령에 규정한 것이다. 범죄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사업 시행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서울시 재정비촉진지구에서 도입 시행 중이다.
우리의 지역사회 치안을 위한 관계기관 네트워크 강화는 현실적으로 한계와 어려움도 있다. 협력체의 핵심인 단체나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협력체 내의 책임 관계 모호, 의견 배치, 상호 이해 부족에서 오는 충돌 및 예산과 인력의 한계도 효과적인 주도나 조정을 못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지역 치안을 경찰력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치단체는 물론 주민 모두가 우리 지역은 우리가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적극 나설 때다. 모든 치안 현안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협력치안은 부족한 경찰력의 한계 극복은 물론 튼튼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치안 성과를 높여 상승효과를 창출하는 확실한 수단이다. 이와 함께 아직은 지역민들과 실무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져 왔으나 이젠 법이나 제도, 정책적으로도 검토해볼 가치와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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