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경]CAM의 '기적'같은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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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경]CAM의 '기적'같은 첫걸음

[문화초대석]임해경 충남대 예술대학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13 20면
  • 임해경 충남대 예술대학장임해경 충남대 예술대학장
지난 3월 24일에 충남대학교 예술최고위과정 CAM (CNU Art&Music Program for CEO)의 입학식이 거행되었다. 식사(式辭)에서 나는 이 자리에 벅찬 감동으로 마치 첫 아이를 출산하는 마음가짐으로 섰다는 말씀을 드렸다. 진정 그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거의 30여년 가까운 세월을 가슴에 막연하게나마 품고 있었다는….

▲ 임해경 충남대 예술대학장
▲ 임해경 충남대 예술대학장
유학시절에 나는 음악을 전공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인 대단히 훌륭한 아마추어 음악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 분들은 자신의 직업도 훌륭하게 수행할 뿐만 아니라 예술전반에 걸쳐 놀라운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유학경비를 지원받았던 로타리 장학재단에서 나의 멘토였던 슝크씨는 제약회사 회장이었는데 자택에 일본식 정원과 거실의 한국 마패(馬牌)와 중국 병풍, 복도엔 이중섭의 소를 포함한 당신이 거주했던 나라의 컬렉션인 각국의 그림으로 장식하였고 우리나라 전통예술에 대해서도 무척 깊은 이해를 보여주었다. 나는 슝크씨 가족의 생활을 보며 진정한 지성인, 진정한 문화인의 전형이 이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부러워했었다. 그들의 즐거운 문화 · 예술적 체험이 두터운 문화애호가 중산층을 이루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흔히 대학의 역할은 젊은 지성인들을 양성하여 국가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기능은 이미 오랜 사회경험을 가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그 분들이 바쁜 일상으로 자칫 소홀히 하기 쉬운 인접 분야의 소양을 북돋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개인 삶의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전반에 유익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대학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일반인을 위한 전문 강좌가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최고위과정, 전문가과정 등의 이름으로 경영, 과학, 문학 등에 있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과정이 점차 생겨나고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나는 10여년의 외국 거주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이란 단순히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위상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 또한 세계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작년에 학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하여 알고 지내던 문화·예술계의 저명한 분들께 강의를 부탁드렸고 안내책자도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에 너무나 어려워진 경기로 수강생 모집이 쉽지 않은 점이었다. 많은 분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며 때가 좋지 않으니 취소하자고, 또는 몇 년 후가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드물게는 이러한 어려울 때일수록 문화가 주는 기쁨과 위로의 순기능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학교일을 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서 지역사회의 여러 저명인사들을 방문했었는데 그 분들과의 대화에서 오히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다른 분야의 살아있는 지식을 많이 배웠다.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최고위과정을 수료하신 어느 인사께서 당신의 경험담을 전해주시며 이 강좌를 대전·충남 중년 남녀들의 사추기(思秋期) 감성관리과정으로 만들어보라는 말씀은 나를 크게 고무시켰다. 접수마감을 앞두고 정말로 기적 같은 일들이 생겼다. 여러 분들께서 당신의 지인(知人)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개하셨다. 이제는 차고 넘쳐나는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제 충남대학교 예술최고위과정이 첫 걸음을 시작한다. 그동안 성심성의껏 준비했지만 미흡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해가 갈수록 더욱 더 충실한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 강좌가 정착되면 언젠가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리 대전이 명실공이 문화예술창조도시가 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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