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내산면 내산초등학교 운동장에 올해로 개교 78주년을 맞는 학교 역사와 맞먹는 아름드리 왕벚나무 군락이 있어 학교와 주민들의 자랑이 되고 있다.
지난 1931년 개교한 내산초등학교(교장 전정호)는 과거에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북적이는 면내에서는 제법 큰 학교였지만 지금은 유치원생을 포함해 전교생이 57명인 소규모 시골학교다.
이 학교 운동장과 담장 주변에는 70여 그루의 왕벚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모두 어린이 두 명이 껴안아야할 정도로 둘레가 한 아름을 넘는 것들이다.
벚꽃이 만개한 9일, 바람에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미끄럼과 그네를 타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내산초교 전정호 교장은 “왕벚나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학교에 남아있지 않지만 본교 출신으로 70살이 넘는 노인들이 학교에 다닐 때 심었다고 기억하는 것으로 봐 학교 역사와 비슷한 수령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 벚꽃은 부여군 외산면 반교마을에 집을 짓고 주말을 부여에서 지내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소개했는데 유 전 청장은 “문화유적을 답사하느라 전국 곳곳을 다녀봤어도 이렇게 좁은 공간에 왕벚나무가 많이 식재돼 있는 곳은 처음”이라며 “비록 벚꽃이 일본 국화라지만 이 정도 수령과 아름다운 군락을 자랑한다면 천연기념물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나무연구가 한밭교육박물관 도기래 과장은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라도 도심 가로수로 있을 때는 아름드리로 자라기 어려운데 좋은 환경에서 주민과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성장해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며 “화려한 꽃을 피우는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로 밝혀진 만큼 경시와 비하보다는 가꾸고 보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산초교는 매년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를 택해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모여 벚꽃축제 겸 체육대회를 여는데 올해는 10일 체육대회 행사를 갖는다./임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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