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라기보다 새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안나와 알렉스’가 원작에서 가져온 건 자매와 계모의 관계, 죄의식이 불러온 공포에 의한 반전 뿐. 원작의 많은 부분을 할리우드적으로 재가공했다.
병든 엄마를 화재 사고로 잃고 그 충격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10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안나. 그 사이 엄마를 돌보던 간병인 레이첼이 아버지의 새 여자 친구가 되어있고, 두 사람은 결혼할 예정이다. 어느 날 안나 앞에 엄마의 유령이 나타나 레이첼을 향해 “살인자”라고 소리친다. 안나와 언니 알렉스는 레이첼이 새엄마로 들어앉으려고 엄마를 죽였다고 믿는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소녀가 집으로 돌아온 뒤 계모와 갈등을 겪으면서 정체 모를 귀신에 시달린다는 기본적인 설정은 같다. 하지만 안나는 엄마는 어떻게 죽은 것인지, 자신의 꿈에 나타나지 않은 진실은 무엇인지를 파헤친다. 원작의 무겁고 음습한 공포가 틴 스릴러로 바뀐 것. 때문에 표정부터 심상찮은 사연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원작의 문근영, 임수정과는 달리 리메이크작의 에밀리 브라우닝과 에리얼 케벨은 훨씬 적극적이며 발랄하다.
느닷없이 튀어나와 놀라게 만드는 공포장치는 ‘장화, 홍련’보다 풍성하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들은 줄거리도 쉽고 간결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미국에서 개봉 첫 주에만 1051만 달러를 벌어들인 ‘안나와 알렉스’는 지금까지 우리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들과는 달리 원작에 함몰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적어도 할리우드가 잘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그래봤자 그 결과는 무난하고 평범한 공포영화를 만드는 것이었지만./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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