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올해 대전 및 충남경찰청 여경(女警) 채용시험의 경쟁률이다. 취업난 속 ‘귀하신 몸=여경’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렇다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민중의 지팡이’가 된 여경의 생활은 어떨까? 남성들도 꺼리는 일선 지구대 순찰팀에 근무하는 새내기 여경을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주>
“오류 시장 앞 절도범 출현, 출동바람….”
지난 7일 오후 9시 40분께 중부경찰서 서대전지구대 김민아(26) 순경은 관내 순찰 중 다급한 지령을 받았다.
오류시장 앞 점포에서 여성이 물건을 훔쳐 달아난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 순경은 “우리가 출동 한다”는 무전을 날리고 총기, 무전기 등 각종 장비를 착용한 옷매무새를 단단히 고쳐 맸다.
▲ 중부경찰서 서대전지구대 김민아(26) 순경이 7일 저녁 관내 순찰업무 중 무전으로 현장상황을 보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동시에 그녀의 파트너 이상봉 경위도 순찰차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3분 만에 사건 현장인 오류시장 앞 모 점포 도착.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아줌마가 가판대에서 물건을 훔쳐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김 순경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지만 결국 오인 신고로 결론났다. 그녀는 “야간에는 주취자의 오인신고가 많지만 어떤 신고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순찰차에 올랐다. 다음 행선지는 청소년 공갈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글꽃중학교.
운동장을 서성이는 10대 청소년 3명을 발견하곤 김 순경이 쏜살같이 다가가 나이, 학교 등을 물으며 왜 귀가하지 않느냐고 타일렀다.
그러고는 “야간에 범죄가 종종 일어나는 곳이니 빨리 집에 들어가라”며 제법 위엄 있게 청소년들을 선도했다.
대전 송촌고와 충남대를 졸업한 대전 토박이인 김 순경은 46대 1이라는 여경 채용 경쟁률을 뚫고 지난해 10월 경찰에 입문했다.
김효수 서대전지구대장은 “지구대 막내이고 여성이지만 가장 힘들다는 순찰팀 근무를 씩씩하게 수행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대전경찰 여경비율은 전체 6.1%인 145명으로 이 가운데 지구대엔 41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순찰팀에 배치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핸디캡도 있지만, 여경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그녀는 힘주어 말했다.
김 순경은 “남성의 완력을 제압하지 못할 때 초라해지지만, 여성 피해자 인도와 목욕탕 등 여성만의 공간을 수사하는 데는 여경이 제격”이라며 “여경을 여성이 아닌 똑같은 경찰관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제일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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