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숨가쁘게 달려온 '시민의 발'

60여년 숨가쁘게 달려온 '시민의 발'

<대전개시 60년 그현장 그모습> 5. 시내버스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09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도시발전에 따라 서민들의 이동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시내버스다. 대전에 시내버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6.25 전쟁 이후로 보인다. 서울의 운수업체들이 피난내려오면서 대전에서 운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에 운수업체 등록이 정식 기록으로 나타난 것은 1962년이다. 매쾌한 기름냄새를 풍기며 버스 앞,뒤문에 매달려 요금을 징수하고 ‘오라이’와 ‘스톱’을 외쳐댔던 버스안내원들의 모습은 많은 장년층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서민의 발’노릇을 했던 시내버스도 세월의 변천에 따라 부침을 보이면서 지난 2005년부터 준공영제로 운행되고 있다.

▲시내버스 등록 1962년 첫 등장= 대전시에 시내버스 업체가 처음 등록된 것은 1962년. 대전교통과 계룡버스가 그해 2월과 8월에 각각 등록하면서 본격 운행을 시작했다. 당시 버스 운행이 통제되지 않고 제각각 운영되면서 정부에서 버스회사 면허취득제를 시행하면서다.

하지만 대전역을 비롯해 당시 대전의 중심이었던 정동과 선화동의 충남도청 등지를 오가는 버스는 1962년 이전부터 남북여객(주) 등이 운행했었다.

1962년 발간된 대전시 통계연보에는 1961년 당시 대전에는 남북여객(주)이 24대의 버스로 하루 235회 운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계룡버스는 버스 15대로 7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었으며 대전역과 유성지역을 월 100회 오갔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밖에 버스 11대를 보유한 신진여객 등이 대전 지역에서 운행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영업노선은 ‘대전역-도청-수침교’와 ‘대동-대전고-도청’, 그리고 ‘대전역-도청 앞-서대전-유천동’등 주로 대전역을 깃점으로 도청과 원동, 대동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당시는 대전시 행정구역 개편 전으로 대덕군 등이 아직 관할 구역에 편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7년 대전시가 작성한 ‘대전시 행정구역도’를 보면 당시 대전 시민들이 대전역과 지금의 대전천을 중심으로 주변에 집중 거주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대전시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까지 시내버스 운행 권역은 유성 방면의 수침교, 진잠 방면의 유천동, 금산 방면의 천동(가오리), 옥천 방면의 판암동, 신탄진 방면의 홍도동으로 나눠졌다. 이후 노선은 점차 늘어나 1974년에는 시내버스가 모두 201대로 32개 노선이 운행됐다.

1972년 통계연보에 나와있는 1971년 당시 대전시 버스운행노선은 유성을 비롯해 가양동 등 모두 24개 노선이 있었다. 이들 노선 중 운행하는 버스가 가장 많은 곳은 하루 16대가 배차돼 운행됐던 ‘유성-서대전-대흥교-도청’ 노선이었다.

1979년에는 대전시 시내버스 회사가 급증하는 것과 맞물려 노선 수도 24개로 눈에띠게 늘어났다. 1980년에는 57개 노선으로 26개 노선이 더 증가했고 1983년에는 행정구역 확장과 함께 69개 노선으로 늘었다. 또 직할시로 승격하고 대덕군을 대전시 관할에 뒀던 1990년에는 110개 노선으로 팽창했다. 지금은 93개 노선으로 개편돼 운행중이다.

▲손님 태우기 경쟁, 1965년 공동배차제 첫 시행=지금은 하나의 노선에 여러회사 버스가 투입돼 운행하는게 자연스런 모습이지만 지금의 공동배차제가 전국에서 처음 도입된 지역이 대전이었다. 1965년의 일이다.

그때는 대전역과 유성을 주로 오가는 계룡버스와 대전역과 유천동을 잇는 대전교통 버스기사 사이에서 손님을 더 태우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대전역에서 서대전 네거리(당시 삼거리)까지 중복노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손님을 태우려는 경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추월이 반복됐다.

이로인해 교통사고도 빈번했다. 대전교통 김광철 대표는 당시를 “상대 버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손님을 태우려고 중복노선에서 과잉경쟁을 벌이던 때”라고 기억했다.

중복 노선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사고발생도 늘자 자발적으로 대안을 구상해 1965년에 ‘버스공동배차제’를 시작하게 됐다.

노선 하나를 한 회사가 전담하는 구조에서 여러 버스회사가 돌아가며 한 버스노선에 투입하는 순환배차제가 시작된 것.

이후 1968년에도 대전시내 버스회사가 2배 가까이 늘어나자 치열해진 노선경쟁으로 공동배차제를 본격 도입한다.

대전의 14개 버스회사를 4개 그룹으로 나눠 각 운행조마다 예비차를 제외한 버스가 모두 순환제로 매주 각 노선 조에 투입됐다.

이후 대전에서 버스회사 사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공동배차제는 전국으로 퍼지게 된다. 노선 경쟁이 치열해 새롭게 개척한 노선에 버스회사마다 버스를 함께 투입하고 버스 간격을 엄격히 지키기로 약속한 것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버스 승차권, 안내원=대전 지역에서 버스 승차권이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1978년 4월 이었다. 이미 서울에서 토큰 형태로 현금을 대신하는 승차권이 먼저 만들어진 후 1년만에 대전에 정착한 것이다.

버스산업이 어려워지고 버스교통 이용률을 높이고자 정부가 개발한 다양한 정책의 하나로 승차권제도가 도입됐다. 승차권제도는 버스에 오를 때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버스 안내원들의 현금 취급상 부조리를 방지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버스 이용인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도 버스 승차권이 유용했다.

1978년 일반 성인 승차 요금 45원으로 시작한 버스 승차권은 1981년에는 110원을 기록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중·고생과 초등학생의 구분 없이 모두 할인 요금은 60원에 해당했다. 1984년 일반 성인의 버스요금이 120원에 해당할 때 본격적으로 차등 할인요금제가 도입되면서 당시에는 대학생까지 중·고생과 함께 할인 대상에 포함돼 중·고생과 대학생은 90원, 초등학생은 60원 만 내면 됐다.

이후 1990년 대학생 할인 요금제도가 사라지고 2000년 성인 요금 600원에서 현재는 1000원까지 오른 상태다. 또 그동안 10장 단위로 끊어서 사용하던 버스 승차권도 카드를 통한 환승개념이 도입되면서 2008년 3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버스 등장이후 함께 모습을 보였던 것이 안내원이다. 버스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요금을 직접 징수하며 승객들의 승하차를 맡았던 이들은 차내에 벨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직접 소리높여 ‘오라이’ ‘스톱’을 외쳐댔다. 손바닥으로 차체벽면을 쳐서 운전기사에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출퇴근시간대 밀려든 승객들을 차내로 밀어넣으며 땀을 흘리던 이들의 모습은 버스회사들의 경영절감 조치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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