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두말할 것 없이 교사의 임무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주당 평균 21시간 이상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여타의 시간은 교재 연구와 자기 연찬에 몰두해야 한다. 또한 담임(부담임)을 맡아 학생들의 상담 등 생활지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공문을 받아 보면, 내용에 따라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것들도 많고, 또 모 국회의원의 요구라며 공문 보낸 당일 12시까지 보고하라는 것 등도 상당 수 있어 당혹스럽고 이럴 땐 솔직히 화도 난다. 따라서 교사들은 공문의 중압감에 시달리게 되고 심지어는 교사로서의 회의감,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가 이런 실정이면 공문을 보내는 교육청의 장학사님들은 더욱 공문에 치어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교직 사회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공문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감히 공론화를 위하여 나의 단견을 제시해 본다.
첫째, 1-2월에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서 새 학년도에 공문으로 시행해야 할 각 부서별 업무 지침 또는 계획 등을 치밀하게 수립한다. 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공문 대신 한 권의 책자로 만들어 각 학교에 필요한 만큼 배포하면, 학교장은 학년초 그 지침(계획)에 의거하여 학교의 특색에 맞는 교육 계획을 수립, 실천하고 정해진 기한에 맞춰 결과 등을 보고하도록 한다. 또한 각 학교에 공문 전담 요원을 배치하여 지침 이외의 모든 공문들은 거기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공문이 없는 시범 또는 연구학교를 초.중.고 별로 몇 군데 지정하여 1~2년 간 운영해 보고 그 결과를 평가, 보완해서 일반화할 것을 제안한다.
공문이 없거나 확 줄어들면 장학사는 장학 지도 방법 연구에, 교원은 수업 연구 및 학생 생활지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교육력 및 학력 증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경찰서 유치장에 피의자가 한 명도 없으면 백기(白旗)를 게양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학교에 공문이 한 건도 없는 날 - 나도 백기를 게양하고 싶다. 아니 그날이 어서 오기를 본교 교직원 모두와 함께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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