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공문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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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공문은 이제 그만!

[교육단상]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08 20면
  •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봄 날씨 같지 않게 써늘한 오후, 수북한 공문을 분류하던 나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접수되는 이 많은 공문들이 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과연 학생들의 인성 함양과 학력 신장에 얼마나 보탬이 될까? 또한 교사들의 교육력 제고에는 어떤 도움을 줄까?’

▲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 이건영 대전어은중학교 교감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박 선생님이 결재 받을 공문을 가지고 왔다. 오늘 16:00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학생들의 ○○ 현황’이었다. 학급에 무단 결석을 하는 아이가 있어서 두 차례나 가정 방문도 다녀 온 박 선생님, 수고 많았다고 격려를 했지만 교장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좀 지쳐 보여 안쓰러웠다.

두말할 것 없이 교사의 임무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주당 평균 21시간 이상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여타의 시간은 교재 연구와 자기 연찬에 몰두해야 한다. 또한 담임(부담임)을 맡아 학생들의 상담 등 생활지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공문을 받아 보면, 내용에 따라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것들도 많고, 또 모 국회의원의 요구라며 공문 보낸 당일 12시까지 보고하라는 것 등도 상당 수 있어 당혹스럽고 이럴 땐 솔직히 화도 난다. 따라서 교사들은 공문의 중압감에 시달리게 되고 심지어는 교사로서의 회의감,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가 이런 실정이면 공문을 보내는 교육청의 장학사님들은 더욱 공문에 치어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교직 사회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공문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감히 공론화를 위하여 나의 단견을 제시해 본다.

첫째, 1-2월에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서 새 학년도에 공문으로 시행해야 할 각 부서별 업무 지침 또는 계획 등을 치밀하게 수립한다. 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공문 대신 한 권의 책자로 만들어 각 학교에 필요한 만큼 배포하면, 학교장은 학년초 그 지침(계획)에 의거하여 학교의 특색에 맞는 교육 계획을 수립, 실천하고 정해진 기한에 맞춰 결과 등을 보고하도록 한다. 또한 각 학교에 공문 전담 요원을 배치하여 지침 이외의 모든 공문들은 거기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공문이 없는 시범 또는 연구학교를 초.중.고 별로 몇 군데 지정하여 1~2년 간 운영해 보고 그 결과를 평가, 보완해서 일반화할 것을 제안한다.

공문이 없거나 확 줄어들면 장학사는 장학 지도 방법 연구에, 교원은 수업 연구 및 학생 생활지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교육력 및 학력 증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 신문에서 ‘경찰서 유치장에 피의자가 한 명도 없으면 백기(白旗)를 게양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학교에 공문이 한 건도 없는 날 - 나도 백기를 게양하고 싶다. 아니 그날이 어서 오기를 본교 교직원 모두와 함께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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