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러운 공공기관 영화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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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러운 공공기관 영화 상영

<변상형 교수의 문화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08 10면
  • 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요즘처럼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흔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영화의 장르나 주제도 다양하지 않아 선택의 기준은 언제나 성인영화냐, 아니냐 또는 국산영화냐 아니냐 하는 정도였다.

시간이 흘러 비디오 테이프로 영화가 출시됨으로써 영화에 대한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요즈음처럼 별은 몇 개 받은 영화인지, 보고 온 사람들의 리뷰는 어떤 것들이 올라왔는지, 전문영화잡지에서는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편안하게 안방에서 손가락 하나를 두드려 알아내는 세상은 아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어느 기관을 방문해도 영화상영 프로그램이 있어 그야말로 영화 천지인 세상이 되었다.

대전시에 있는 웬만한 도서관을 가보면 여러 문화프로그램 외에도 어김없이 매주 영화가 상영되고 있으니 많은 관람을 바란다는 문구가 게시판에 붙어있다. 대학박물관에 가 봐도 매주 영화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고, 심지어는 시각매체의 전용전시관인 미술관에서도 주기적으로 가족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상영하기도 했었다.

물론 많은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찾아가는 대중문화공간에서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하도록 선도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복지에 힘쓰고자함은 좋은 의도이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영화상영 프로그램으로 옮겨가고 있는가 하는데 있다. 7명 앉혀놓고 6명이 단상에 올라가 세미나를 진행하던 경력이 있는 터라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미술관에서 조차 타 공공기관과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그것도 극히 상업적인 영화를 저작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듯 일반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으려 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문제는 참으로 심각해진다.

물론 아이들이 많이 몰리는 기관이거나 아이들이 좋아 하는 애니메이션 정도의 장르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엄마들도 부분적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한번 본 영화를 몇 번씩도 되풀이 보는 특성을 지녔으므로 이도 긍정적인 상황이라 해석할 수 없다.

대부분 영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기관은 이미 어떤 공적인 목적성이 뚜렷한 공간임에 틀림없지만 그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대부분 대중에게 이미 너무 뻔히 다양한 형태로 노출된 것들로 비디오 테이프나 DVD를 구매 또는 대여하여 아무 기획과 의도 없이 단지 그냥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적은 예산 때문에 새롭고 다양한 영상물을 구입하기 어렵다면 그 공간의 전문성과 목적성에 맞는 기획이라도 하려 애쓰는 모습이라도 보여준다면 좋으련만 어찌하여 그토록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공공기관에서 비슷한 상업영화를 무작위적으로 상영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를 보았냐, 안 보았냐를 묻는 게 사람들이 나누는 주요 인사내용이기도 했다. 상업영화도 어렵다는 300만 관객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이 다큐멘터리는 감독조차도 어리둥절한 상황에서 1년에 영화 한편 보기도 힘든 50~60대 관객까지 관람 대열에 서게 만들고 있다.

상업적 제작방식과 배급방식이 아닌 독립영화로 제작되었지만 이제는 국민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사태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왜 <워낭소리>와 같은 독립영화나 비상업영화를 쉽게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해서 갑자기 모든 독립영화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워낭소리>의 그 폭발적인 흥행의 여파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다양한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비상업영화를 우리 주변의 공공기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대전아트시네마를 통해 국내외 비주류, 비상업 예술영화를 볼 수 있으나 전문적인 매니아층만 찾는 특수기관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등이 나서서 할 일은 기왕에 시민을 위해 영화를 상영할거라면 한편이라도 이 땅의 건전한 영화문화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기획과 목적의식을 갖고 비록 적은 수의 독립영화라도 소개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극히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상영형태를 반성하지는 않고 홍보가 안 되서 관객이 적다고 투덜댈 것이 아니라 각 기관은 분야별로 전문 영상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만약 제2의 <워낭소리>를 보고 싶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차별성 있는 영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동네 비디오 대여점이나 케이블 티비가 하고 있는 역할 흉내내기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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