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스웨터>는 전 세계의 빈곤문제와 맞서 싸워온 아주 특별한 여성이 쓴 책이다. 남다른 경험과 엄청난 모험을 겪으면서 대단한 선행을 하는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작가 재클린 노보그라츠의 어린 시절 70년대 버지니아주 작가의 동네에서는 새 옷을 산다는 게 1년에 한 두차례 정도나 기대할 수 있는 큰 사건이었다고 한다. 보통 9월 신학기 때나 크리스마스에 한 번 정도 옷을 사주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친척 아저씨에게 선물 받은 푸른 스웨터는 작가가 너무 좋아했던 옷이라 옷의 상표에 이름을 써넣을 정도였다.
중학교 3년을 계속 입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입으려니 사춘기를 맞아 부풀어 오르는 가슴의 선 때문에 옷매무새가 나지 않았지만 너무 좋아했기에 무시하고 입고 다녔다. 그러던 중 남자 친구에게 심하게 놀림을 당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고 엄마에게 푸른 스웨터를 없애자고 한다. 그리고는 헌옷 가게에 가서 블루 스웨터를 팔아 버렸다.
그리고 15년 이상 지나 아프리카 르완다 키갈리 시에서 조깅을 하다가 15년 전에 자신이 내다 팔았던 그 블루 스웨터를 입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너무 놀라 소년에게 다가가 상표에 써있는 자신의 이름까지 확인한 후에 자신이 아프리카에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인했고, 모든 세계인은 부자건 빈자건, 그리고 어느 지역에 있건, 서로서로 연결된 세계의 이웃들임을 더욱 생생하게 체험하게 된다.
재클린 노보그라츠가 제안하는 빈곤 해결책들은 단순하고 간단한 것은 아니다. 가난이 그만큼 복잡하고 원인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이하고 놀라운 한 가지는 그녀가 제안하는 해결책의 핵심은 시장(市場)과 자본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극빈층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선하고 혁신적인 사업가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가, 그러면서도 영리만을 추구하는 사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가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깨끗한 물이 부족한 국가들에서 빈민층을 상대로 상수도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사업가, 화장실도 없는 판자촌 사람들에게 주택을 지어주고 분양할 수 있는 사업가 등이 필요하고, 이들이야말로 빈민들에게 자활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업들을 전개하면서도 그 회사 자체가 수익을 내는 것이고, 유상으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 극빈층 사람들이 마침내 그 비용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여기에 선한 의도와 끈기를 지닌 자본의 역할이 끼어들 여지가 생기고, 재클린 노보그라츠가 어큐먼펀드를 창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들은 결코 머나먼 아프리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밀가루 원조와 북한에 대한 남한의 식량지원, 개성공단의 역할과 의미, 부익부빈익빈을 부채질하는 최근의 아메리칸 스타일 경제 정책 등등 우리의 경제와 하루하루를 둘러싼 일상이 모두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물려 있다. 우리가 경제 규모에 걸맞은 국제적 구호 활동에 동참하지 못한 결과 국가 브랜드가 저조하게 되었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과 고민거리를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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