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5일부터 공공시설물에 심폐 소생 응급장비 설치를 의무화한 법률이 본격 시행됐지만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무관심을 보여 이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 2항 (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의 구비 의무)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중이용시설에는 자동제세동기 등 심폐 소생술을 행할 수 있는 응급장비를 갖춰야 한다.
이에 보건복지가족부는 법률 시행과 동시에 중앙행정기관 청사, 지자체 청사 등 다중이용시설 412곳에 자동심장충격기(Automatic External Defibrillator·이하 AED)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할 것으로 보고 권고 공문을 해당 기관에 보냈다.
AED는 급성 심장 정지나 심장박동 기능을 잃은 환자의 심장에 전기충격을 가해 심장을 소생시키는 의료기기로 심장이 박동을 멈춘 채 경련상태에서 1분 안에 전기충격을 주면 생존율이 9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무원 돌연사가 늘면서 AED 등 심폐소생응급장비 구비 여부는 위기 상황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인 것이다.
하지만 심폐소생응급장비 설치가 권고사항으로 벌칙 규정이 없다보니 기관들의 관심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대전청사의 경우 이 개정안 시행 후 중소기업청과 청사관리소에서 각각 AED를 구입해 설치했지만 입주 기관마다 보유하는 것인지 건물마다 구입해야 하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대전시청과 충남도청도 현재 구입 예산을 확보 중에 있다. 더욱이 대다수 공무원들은 이같은 장비의 존재 및 용도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
홍명기 정부대전청사 노조위원장은 “이 장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만약 보유하고 있었다면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대형마트에서 AED를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심지어 호텔이나 지하철까지 설치가 확산되고 있다”며 “심장이 박동을 멈춘 채 경련상태에서 1분안에 전기 충격을 주면 생존율이 90%까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또 유 교수는 “설치도 중요하지만 본격적인 응급처지 교육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 등에 1월 말까지 현황을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접수되지 않아 이행률 등을 파악할 수 없다.”면서 “지도 권한이 없고 설치 의무를 어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해당기관 직원의 안전이 달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배문숙 기자 moons@
※법률로 지정하는 다중 이용시설이란?
2000㎡ 이상의 철도 역사 및 여객 자동차 터미널 대합실,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일부 청사, 경마장, 교도소 총 관람석 5000억 이상의 운동장 및 종합 운동장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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