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근 한남대 미대 교수 |
그러나 문화 예술의 발전 없이 경제적인 성장만을 생각한다면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우리문화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우리만의 특색을 갖춘 새롭고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세계 추세는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전통과 고유의 문화를 얘기한다는 것이 어쩌면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야말로 고유한 특성을 갖춘 문화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동양 문화권을 휩쓸며 세계로 번져나갔던 ‘한류’의 열풍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전통문화를 답습하는 것도 진부한 일이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통을 참고하고 살리면서 미래의 전통이 될 현재의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문화는 인간의 삶의 수준을 놓여 발전시키는 일”의 총화로 해석할 수 있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그렇기에 어느 한 분야만 거론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우리의 조형문화에 대하여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우리의 전통 조형문화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에 대한 미술사적인 인식과 이에 대해 오늘을 사는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되고 있다.
흔히 고려청자는 귀족적이고 조선의 백자는 서민적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고려청자는 세련성과 비색이 칭송되고 조선의 백자는 담백하고 순박하며, 대표적인 한국의 미적정서라고 인식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인식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조선 백자의 담백함과 넉넉함, 조선조 미술의 특성이 오늘의 한국미술의 특성을 형성하는데 주류를 이루어야 되는가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세계 일류의 문화적인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소박함과 담백함을 중요한 미적 특성으로 삼고 있는 조선조의 조형문화가 얼마나 큰 추동력이 될 것인가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이다.
우리문화 속에는 세련성과 완벽성, 그리고 화려함도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은 단순히 한 시대의 미술적인 특성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라 한국미술 5000년을 잇는 미래를 향한 사고의 전환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세계역사 속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을 때 강대국이나 선진국의 조형문화에서 소박성과 담백함이 특성으로 드러난 사례가 없다고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미술 5000년 역사의 깊이와 폭을 넓히고 우리 국민들의 미적 정서를 다양화 한다는 측면에서 오늘의 한국조형문화를 다시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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