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 네트워크인 옥시젼이 최근 18세~34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88%가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휴대폰 보석 화장을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고, 75%가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외모도 버릴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자들이 본래 이기적이고, 여자들의 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편견과 속설을 뒤엎어 버렸다는 게 로이터 통신의 보도다.
리브와 엠마. 어린 시절 갓 결혼한 신부의 행복한 얼굴을 본 뒤 둘은 ‘플라자 호텔, 6월의 신부’를 평생의 꿈으로 좇아왔다. 그런데 웨딩 플래너의 실수로 둘의 결혼식이 한날한시로 잡힌다. 결혼식은 신부를 위한 날이라는데 그런 운명적인 날을 공유한다니 안될 말. 양보할 수 없다고 으르렁거리던 두 예비신부는 절교를 선언한다.
태닝을 하는 친구의 피부를 오렌지색으로 망쳐놓기, 그 복수로 염색약을 바꿔치기해 머리를 파랗게 물들이기, 간식 보내 살찌우기, 신부파티 망치기, 과거 폭로하기 등 이쯤 되면 전쟁이다.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청혼을 받고, 멋진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여성의 마음에 주목하는 ‘신부들의 전쟁’은 다분히 여성 취향이다.
그럼에도 남성들도 흥미 있게 볼 수 있는 건 여자의 심리를 엿보게 하기 때문. 질투와 우정, 위로와 폭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여자들의 미묘한 감정선이 잘 표현돼 있다. 알다가도 모를 여자들의 속마음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친구들 앞에서 세치 혀만으로도 ‘피 튀기는’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은 재치 있고, 우상화된 웨딩플래너나 줄일 수 없는 웨딩드레스 등 과잉된 웨딩산업을 역이용한 장면들도 웃음을 준다. 케이트 허드슨, 앤 해서웨이 등 로맨틱 코미디 전문 스타들의 대결도 보는 재미를 준다.
영화는 결혼을 보여주지만 사실은 여자들의 우정에 대해 말한다. 원수가 된 후에 두 친구는 남자친구가 채워줄 수 없는 정신적인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예비부부보다 여자 친구들끼리 더 볼만 한 영화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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