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대제에도 문 닫힌 남간정사 관람객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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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대제에도 문 닫힌 남간정사 관람객 ‘씁쓸’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03 7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50여년 만에 고향을 찾은 60대 노인 두 명이 대전시 동구 가양동 우암사적공원에서 담장너머로 남간정사와 연못을 들여다보며 주고받는 대화다.

“신흥국민학교(현 신흥초교)다닐 때 남간정사로 소풍 와 자네와 연못에 걸터앉아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5년 전이네 그려.”(서울에서 온 김선필 씨)

“고기 잡는답시고 이불 꿰매는 실로 낚싯줄을 만들고 지렁이를 매달아 연못에 드리우던 생각나나? 그때 있던 저 왕버들은 여전한데 물이끼와 쓰레기가 떠 있는 연못은 이미 죽은 것 같구먼.”(경기도 안산에서 온 이남준 씨)

“자고로 집은 사람이 드나들면서 관리를 해야 허물어지지 않는 법인데 이렇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니 한심하네 그려.”(김 씨)

“300여년 전 우암 선생이 짓고 제자들을 가르친 남간정사는 문을 닫아 놓은 채 조성한지 20년 갓 넘은 공원만 번듯하게 관리하고 있으니 주객이 뒤바뀐 느낌이군.”(이 씨)

▲ 2일 대전시 동구 우암사적공원에서 열린 남간사 춘계 제향 행사에 참석한 유림들이 제향를 봉행하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 2일 대전시 동구 우암사적공원에서 열린 남간사 춘계 제향 행사에 참석한 유림들이 제향를 봉행하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2일 낮 모처럼 고향에 왔다는 두 노인은 어린 시절 단골소풍지였던 남간정사와 연못을 바라보면서 굳게 닫힌 외삼문을 서너 차례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문 옆에 서 있는 ‘건물이 노후돼 파손된 부분이 있어 부득이 문을 닫습니다’라는 입간판을 보고는 이내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섰다.

같은 시각 우암사적공원 내 남간사에서는 남간사유회 주관으로 우암 송부자(송시열 선생)춘향대제가 엄숙하게 집전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본보가 대전시유형문화재 제4호인 남간정사 초입에 있는 기국정 처마 서까래가 내려앉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보도하자 시는 12월부터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본보 2008년 11월 21일 5면, 24일 5면·21면, 2009년 1월 6일자 6면 보도>

남간정사로 들어가는 외삼문 바로 오른쪽에 있는 기국정은 수년전부터 서까래가 삭아 떨어져나가고 기단이 붕괴됐음에도 오랫동안 펜스를 쳐 놓은 채 방치해 대전의 대표 문화재인 남간정사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남간정사 주변에는 벚꽃과 목련 등 봄꽃들이 앞 다퉈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는데 비해 이끼가 가득한 연못에는 쓰레기까지 널려 있어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백남우 대전시문화관광해설사는 “봄철을 맞아 대전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 3대 전통전원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남간정사의 모습을 담장너머에서 보게 해 안타깝다”며 “펜스가 쳐진 채 마냥 방치되고 있는 기국정 모습도 흉물스러우니 빨리 보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문화재 담당자는 “올해 기국정 보수예산을 편성했으므로 빠른 시일내에 절차를 밟아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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