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구 부사동 신일여고 뒤편으로 오르는 보문산 등산로 옆으로 군락을 이루며 꽃을 피우기 시작한 야생화 현호색(玄胡索)이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호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곳에서는 연보랏빛 새 두 마리가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하고 있고 다른 곳에서는 하늘색 깃털을 한 새들의 무리가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듯하다.
“30년째 보문산 아래에서 살며 산에 올라 다녔지만 현호색이 등산로를 따라 군락을 이루며 피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2일 본보 인터넷방송국(JDTV)에 제보를 해온 길선주(대전시 중구 부사동·중구청 소식지 명예기자)씨는 “최근 몇 년 사이 봄에 현호색이 눈에 띄더니 올해 급격히 늘었다”고 반가워했다.
현호색 종류를 총칭하는 학명의 속명 ‘콜리달리스(Corydalis)’는 종달새를 뜻하는 희랍어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꽃모양이 종달새의 깃을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보라와 보랏빛이 도는 하늘색, 분홍색에 가까운 보라색 등 현호색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신비스런 색채가 감도는데 갓 돋아난 새 잎 위에 자그마한 종달새가 앉아 노래하는 모습이다.
길 씨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산로를 피해 현호색이 군락을 이룬 것을 보니 야생화가 더 많이 번식할 수 있도록 산과 숲을 잘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밭교육박물관 도기래 과장은 “산록의 습기가 있는 곳이나 한적한 시골 등 우리나라 구석구석에서 잘 자라는 현호색은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몸을 녹이면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로 검을 현, 오랑캐 호, 찾을 색의 한자를 쓴 현호색(玄胡索)이라는 희귀한 이름 때문에 더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호색은 해발 406m인 보문산 아래에서 중턱까지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산 아랫부분은 이미 꽃망울을 터뜨렸으며 위쪽으로 갈수록 꽃봉오리가 맺힌 상태여서 앞으로 2~3주 정도는 이 꽃을 더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임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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