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의 깊어지는 골 속에 이들의 모습이 우리네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아무리 단골이라도 이제 외상은 안 된다는 업체들의 입장과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단골에게 너무한다는 고객들의 입장이 사회 곳곳에서 상충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모든 업종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가운데 대전지역의 한 LPG 충전소에 단골들로부터 외상 값을 못받고 연락이 끊겨, 이들을 알면 후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이 걸려있다./손인중 기자 dlswnd98@ |
여러 번의 독촉 속에 이 업체가 선택한 것은 결국 ‘이들을 알고 있어 연락해주면 후사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이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단골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호소문을 붙였다”며 “이들에게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A씨도 단골 학생들로부터 지난해 외상값을 받지 못했다. 평소 자주 오던 학생들이라 수시로 외상을 해줬지만 수개월째 연락이 없어 반은 포기한 상태고, 다른 학생들로부터 졸업 후 타지역으로 갔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A씨는 “예전엔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찾아오고 하며 정을 쌓았는데 이 같은 일을 겪고 보니 요즘엔 아무리 단골이라도 외상은 해줄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입장에서 ‘외상사절’등의 푯말이 음식점, 술집, 옷가게 등 업체 곳곳에 덩그러니 붙어 있어 이 같은 사회상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현상 속에 학생들이나 시민들 역시 예전 같으면 몇 번의 안면과 학생증이나 주민증 하나 만을 가지고 하루를 만끽할 수 있던 일들이 이제는 옛 풍경으로 남게 됐다.
올해 대학에 복학한 김모(24)씨는 “새내기 때만 해도 친구들끼리 학생증 하나로 외상 술을 마셨는데 이제는 그런 건 어림도 없다”며 “예전처럼 학생증 하나 맡겨놓고 친구들과 막걸리 마시던 시절이 그립다”고 회상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