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세 대전충남생명의숲 사무국장 |
그런데 이른 봄에 피는 꽃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잎이 피기 전에 꽃부터 핀다. 그래서 봄꽃이 더욱 화려해 보이기도 한다. 꽃부터 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다른 종들은 너나없이 새싹을 띄워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이 ‘성장’을 한 후 ‘사랑’을 나누려고 하는데, 봄꽃들은 먼저 ‘사랑’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인지 목련은 꽃도 크고 구조도 단순하기 때문에 매우 원시적인 식물군에 속한다. 또한 벚꽂은 한순간 피어 절정을 이룬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 차례의 빗줄기나 바람에 허무하게 떨어지고 만다. 개나리도 단순하기 그지없어 뒤집어서 꺾꽂이를 해도 뿌리를 내리고, 늦가을 햇빛만 좋으면 꽃을 피우다가 찬바람에 금세 얼어 버리고 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봄꽃들은 식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좀 단순해 보여도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열정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한 달 정도 있으면 노랗고 아주 작은 가루들이 날리게 되고, 주차된 자동차에 내려 앉아있거나 물웅덩이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송화가루라고 하며 예전부터 귀하게 모아서 송화다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알고 보면 송화가루는 소나무 수꽃의 꽃가루인 것이다. 수꽃에서 빠알간 암꽃을 찾아 떠날 때에는 부픈 가슴으로 떠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때에 봄바람이 없다면 사랑도 나누지 못하고 그냥 땅으로 떨어진다면 얼마나 비참할까? 그러기에 자신의 몸을 가장 최대한 작고 가볍게 준비하고 바람에 자신의 인생을 맞기고 짝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꽤나 낭만적인 상상을 해 본다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살아가기가 어렵고 고달프다고들 한다. 잠시나마 따스한 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봄꽃들이 전하는 사랑과 열정, 낭만을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음속에 그 훈훈한 기운을 불어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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