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에 대한 사전연구 '절실'

  • 문화
  • 공연/전시

관람객에 대한 사전연구 '절실'

<변상형의 문화스펙트럼>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01 10면
  • 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변상형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화랑이나 사설전시장 중에는 간혹 자신들의 형편에 맞춰 전시장 개장 시간을 고무줄처럼 운영하는 곳이 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우는 신문에는 분명히 전시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아직 전시는 커녕 전시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어수선한 전시장 분위기와 맞닥뜨렸을 때다. 전시 시작일 오후 느지막하게 전시 관계자들이 모여 오픈식을 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전시 첫날도 전시 기간임에는 틀림없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함이 옳은 일일 것이다.

반대로 전시 마지막 날 오후에 갔다가 낭패를 당했던 기억도 많은데 전시 마지막 날도 분명 전시일정에 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미처 보지 못한 전시를 놓칠세라 마지막 날 허겁지겁 전시장을 찾아가보면 늦은 오후도 아닌데 전시일정을 일찌감치 마감했는지 작품은 철수되어 있고 텅 빈 전시장에서 못내 아쉬워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디 그 뿐이랴! 유동인구가 관람객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백화점 내 화랑전시장에서는 전시장 문 닫는 시간이나 작품철수와 전시 준비시간 등이 백화점 개폐 시간과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외에도 전시기간동안 작품이 교체되는 전시도 있었고, 작품관리가 되지 않아 작품이 훼손된 채 방치되어있는 것을 본 전시장도 더러 있었다. 이런 저런 상황은 전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어지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어느 전시나 하루아침에 손쉽게 이루어지는 전시는 없을 것이다. 전시기획을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전 기획과정에 걸쳐 여러 번 회의를 거쳐 어떤 전략으로 어떤 전시를 대중들에게 선 보일 것인지를 고민한다고 본다.

그만큼 모든 작가와 기획자는 전시의 내용성에 대해서는 많이 연구하고 좋은 전시를 기획한다. 하지만 대개 거기까지이다. 전시를 준비하고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하고 나면 그 이후의 일에는 전시내용에 비해 고민의 정도가 덜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전시라는 잔치가 일단 벌어지고 나면 모든 행사가 절반쯤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전시오픈 후 전시기간 내내 찾아오는 수용자 즉 관람객의 입장에서 볼 때 전시의 질을 위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관람객이 어떤 동기에서 전시장을 찾아오는지, 관람객 층에 대한 면밀한 고려와 잠재적 관람객의 개발에 관한 고민과 배려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작품 감상자의 관람 동기와 의식 수준 그리고 관람 편의성에 대한 철저한 고려가 기획 단계부터 설정되어야 함은 전시기획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사항이 지켜지지 않아 모처럼 큰마음 먹고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실망시킨다면 전시의 목적 자체가 상실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미술인도 전시형식과 전시운영 형태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철저한 자기 관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생산자 중심의 관점에서 좋은 작품만 선보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좋은 작품만 전시장에 펼쳐놓으면 알아서 관객 스스로가 찾아오겠지 라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전시철을 맞이하면서 대전창작센터가 전시장 개방시간을 오후 7시에서 9시까지 연장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적 전시공간이 아닌 공적기관에서 전시시간을 늘린다는 일면 획기적일 수 있는 이 같은 변화는 지역미술계 안팎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시시간을 늘리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면서도 여전히 아쉬운 점은 전시를 물리적인 형태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전시시간대에 관람할 수 없었던 직장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늘린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전시시간만 늘어났을 뿐 잠재적인 관객층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미술을 통해 소구할 수 있는 각종 행사나 내용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단지 관람시간을 연장했다고 해서 그동안 오지 않던 관람객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 이는 극히 단면적이고 일시적인 처방책일 뿐이다. 대전창작센터나 대전시립미술관이 자발적으로 관람객의 요구에 대한 자체적인 검토와 대안으로서 직원들 간의 참여의사와 관리능력을 반영하여 마련한 기획이라면 관람객의 증가도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지만 과연 그런 것인지는 생각해보야 한다.

대전창작센터가 원도심의 발전 원동력과 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려면 다른 화랑과의 연계프로그램을 보다 더 다양하게 기획하여야 하며, 원도심 유동인구나 문화소비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세심한 연구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손님이 없다고 가게 문을 두어 시간 더 열어놓는다고 장사가 더 잘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왜 관람객이 찾아오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규명 없이 문 열어놓고 불 켜놓는 것만으로 전시를 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서구 소외계층 60가정에 밑반찬 봉사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1.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2. 대전 노은지구대, 공동체 치안 위해 '찾아가는 간담회' 실시
  3.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생태로운 가을 나들이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