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집은 2월에 출간되어 현재 소설부문 7위에 올라있다. 2009년 대상 수상작가는 김연수씨이다. 그는 1970년 경북 김천 태생이며, 93년 계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대상 수상작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이 좀 난해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실제 내막을 들여다 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세달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불면의 밤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곤충들이 부럽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컨대 지네는 다리 열 개를 잃고도 다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냥 도망간다. (어쩌면 다리가 너무 많은 것일지도...) 배짱이는 다른 포식자에게 자기 몸이 씹히는 와중에도 열심히 먹이를 먹는다. (이것 역시 배가 너무 고파서) 교미가 끝난 수컷 사마귀는 암컷에게 머리가 먹힌 뒤에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사랑에 열중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다소 엉뚱하다고 볼 수 있는 이 소설은 첫 대목에서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불면의 밤이 시작되면서 코끼리가 걸어 나오는 환각 체험을 하게 된다.
코끼리가 무거운 발을 가슴에 대고 힘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망설이지만 결국 코끼리는 가슴에 발을 대고만 있을 뿐 발에 힘을 주지는 않는다. 불면을 이기고 잠을 청하기 위해 가장 지루한 책이라고 고른 책이 <암환자를 위한 생존전략>이다.
주인공은 암환자 Y씨가 산책을 통해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글을 보고는 주변의 친구 9명을 매일 1명씩 불러내 그들과 산책을 하게되지만, 그 누구도 주인공의 고통을 함께할 친구는 없었고, 결국 책의 저자인 Y씨를 불러내 함께 산책하면서 서로의 고통을 나누며 공감의 영역을 확보한다. 주인공은 결국 인간이란 홀로 고독하게 산책하는 존재임을 절감하면서 함께 산책하는 법을 익혀 나가면서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작가의 포인트가 시작된다. 희망을 안고 주인공과 Y씨가 산책을 하는 중간에 검은색 진압복을 입은 전경들과 바리케이드가 방해물로 나타나 경찰 간부가 그들에게 오지 말라고 손짓하며 길 뒤쪽을 오른 손으로 가리키는데 그들은 거기서 ‘그 것’을 본다.
산책이 가로막힌다면 그들에게는 죽음밖에 없고 이 무정한 사회는 산책이라는 최소한의 생존전략마저 써먹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친다.
마지막에 그 것은 작가가 특별히 설명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상상하도록 독특한 방법으로 ‘그 것’을 사용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마지막 장면이다. 산책하는 사람들의 다섯가지 즐거움은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요약된다.
1. 바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2. 혼자 해도 충분히 즐겁다.
3. 느리면 느릴수록 더욱 빛이 난다.
4. 낯선 길 위에서도 두렵지 않다.
5. 또 다른 시작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