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해경 논산 엄사중 교사 |
그러던 어느 날 현숙이가 결석을 하여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남동생이 급하게 찾아와 누이가 집을 나가려고 하니 말려달라는 것이었다. 동생을 태우고 급히 집으로 가니 다행히 현숙이는 아직 집에 있었다. 무작정 엄마를 찾으러 나가겠다는 아이를 붙잡은 것이 다행이었지만 그대로 두었다가는 또 어찌될지 몰라 그 아이 조부모님께 허락을 얻어, 우리 집으로 데려와 수개월동안 함께 학교엘 오갔다. 다행히 선생님 댁이라고 어려워하지 않고 잘 적응하였고, 불량한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멀어져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였다.
그 후로 간간히 연락이 닿다 끊기다 하였는데, 겨우 나이 스무 살에 결혼을 하겠다고 저보다 열일곱 살이나 많은 신랑감과 함께 인사를 왔다. 두 사람이 나이 차이도 많고 어린 나이에 급하게 결혼하려는 것이 안쓰럽고 걱정도 되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예쁜 딸 둘을 낳고 오순도순 잘 살아가고 있다. 현숙이 부부는 때때로 전화를 하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오는데, 그럴 때면 그때 내가 잘했다 싶다. 지난 가을에는 현숙이 시부모님도 과수원에서 직접 농사지으신 사과를 최상품으로만 골라 담아 보내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올해 맡은 아이들 중에도 그때의 현숙이처럼 내 손이 꼭 필요한 아이가 있을 것이다. 어깨를 두드려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그 누군가가 절실할 때에 잠시나마 내 손과 귀를 빌려준다면 그 많은 아이들 중에 하나나 둘쯤은 비뚤 비뚤 갈 길을 똑바로 걸어가게 되지 않으려나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며, 오늘도 난 시도 때도 없이 내 반 교실을 기웃거린다. 그렇다! 아무리 학교가 변했다 해도 마음을 주고받는 교사와 학생들이 있는 한 우리의 학교는 미숙한 학생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는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나기 위한 모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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