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전 한밭야구장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김인식 감독(62ㆍ사진)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의 감격과 아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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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그날 숙소 침실에 누웠는데 이치로의 얼굴이 계속 뇌리를 떠나질 않아, 잠을 제대로 못잤다”며 “창용이에게 제대로 된 사인(고의사구)을 전달하지 못한 내 탓이지, 누굴 탓하겠어”라고 아쉬운 감정을 토로했다.
그는 “감독 생활만 30여년 넘게 하며 산전수전을 다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일본과 결승전 10회처럼 전혀 예상치못한 일도 일어나더라구”라고 말한 뒤 “아직 더 배울게 많은 것 같아”라며 명장다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안좋은 여론에 휩싸인 제자를 보호하겠다는 깊은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이처럼 김인식 감독의 얼굴에는 WBC 대회 준우승의 진한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한켠에는 올 시즌 한화이글스의 또 다른 위대한 도전을 준비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2009 프로야구 개막을 한 주 앞두고, AGAIN 1999의 재현이 다시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2위권을 유지했는데 막판 5위로 추락해 너무 아쉬웠다”며 “투수력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많지만, 올해는 반드시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낼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개인기와 연봉 등 모든 면에서 떨어진 한국팀이 WBC에서 보여준 모습을 한화이글스와 함께 재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한화의 경기력에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오늘 끝난 시범경기 12경기를 다 지켜보진 못했지만, 주전 선수가 빠진 상황의 투수와 공격진 모두 불만족스럽다”며 “개막전까지 1주일간 팀 정비를 본격화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공식 인터뷰 후, 이범호에 얽힌 감동적인 뒷얘기를 소개했다.
그는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동갑내기 범호와 (박)기혁이 중 한 명을 탈락시켜야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었다”며 “하지만 범호가 ‘친구 기혁이에게 태극마크를 양보하겠다’는 뜻을 전해와 매우 흐뭇한 감정을 느꼈다”고 소회했다.
김인식 감독은 “하늘이 도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진만이가 부상으로 중도하차하면서 두 선수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두 선수는 공ㆍ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며 두 선수간 우정을 치켜세웠다./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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