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부는 36세 여인과 15세 소년의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다. 갑작스런 열병으로 곤경에 처한 소년은 지나가던 여인의 보살핌을 받는다. 소년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여인을 찾아가는데,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마이클은 책을 읽고 한나는 듣는다. 그리고 같이 침대에서 뒹군다. 책 읽기와 함께 하는 사랑의 행위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전미 여성 저널리스트 협회가 ‘2008 가장 리얼한 섹스 & 누드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에로틱한 느낌은 별로 없다.
후반부는 멜로드라마를 넘어서며 파시즘의 문제를 제기한다.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나치전범을 재판하는 법정에서 한나를 보게 된다. 유태인 홀로코스트의 가해자로 피고석에 선 한나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죄를 떠안은 채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은 녹음을 통한 책 읽기로 더 깊은 소통을 이어간다.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사랑의 이면에서,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않는 게으름, 소통의 부재가 파시즘이 자랄 수 있는 자양이라는 걸 조용히 일러준다. 이는 우리 시대에도 값진 교훈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인연의 의미, 옳고 그른 가치관에 대한 성찰을 차분한 시선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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