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차를 넘어선 격정적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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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차를 넘어선 격정적 사랑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 케이트 윈슬럿, 데이비드 크로스, 레이프 파인즈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3-27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영화 ‘더 리더: 책을 읽어주는 남자’는 원작인 같은 제목의 베스트셀러만큼 훌륭하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에 대해 ‘타임’은 “교묘하다. 냉정하게 도덕적 질문을 들이대면서 30대 여성과 10대 소년의 음란한 장면을 묘사하며, 동시에 우아한 스타일과 문학적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고 평했다. ‘타임’의 평은 그대로 영화에도 적용된다.

 인간 내면의 섬세한 감성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해낸,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거의 그대로 스크린 위에 옮겨 놓으면서도 냉정한 소설과 다른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연출이 좋다. 케이트 윈슬럿의 연기 공력은 우아하게 피어난다. 그 아름다운 연기 덕분에 찌푸린 미간과 앙다문 입술에 드리워진 자괴감과 허망함은 스크린을 넘어 실재하는 감정으로 다가온다.

 전반부는 36세 여인과 15세 소년의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다. 갑작스런 열병으로 곤경에 처한 소년은 지나가던 여인의 보살핌을 받는다. 소년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여인을 찾아가는데,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마이클은 책을 읽고 한나는 듣는다. 그리고 같이 침대에서 뒹군다. 책 읽기와 함께 하는 사랑의 행위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파격적인 정사 장면으로 전미 여성 저널리스트 협회가 ‘2008 가장 리얼한 섹스 & 누드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에로틱한 느낌은 별로 없다.

 후반부는 멜로드라마를 넘어서며 파시즘의 문제를 제기한다.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나치전범을 재판하는 법정에서 한나를 보게 된다. 유태인 홀로코스트의 가해자로 피고석에 선 한나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죄를 떠안은 채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은 녹음을 통한 책 읽기로 더 깊은 소통을 이어간다.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사랑의 이면에서,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지 않는 게으름, 소통의 부재가 파시즘이 자랄 수 있는 자양이라는 걸 조용히 일러준다. 이는 우리 시대에도 값진 교훈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인연의 의미, 옳고 그른 가치관에 대한 성찰을 차분한 시선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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