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틈타 석유 불법유통 판친다

경제 불황을 틈타 석유류 불법유통 사례가 도심 속을 파고드는 등 활개를 치고 있다. 불법유통되는 석유류는 십중팔구 정상제품이 아닌 저질 제품으로 주택가에서 은밀하게 거래됐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시내 주유소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서부경찰서는 지난 25일 톨루엔 등이 혼합된 유사휘발유를 판매 부당이득을 취한 주유소 업자 C씨(33)를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지난 2월 18일 오후 3시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40대 남자로부터 무자료 거래 등을 통한 속칭 ‘삥 물건’에 대한 매수 제의를 받고 유사휘발유 6000ℓ를 헐값에 사들였다.

경찰 조사 결과 C씨가 사들인 기름은 톨루엔이 65% 첨가된 저질 석유로 C씨는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서구 모 주유소에서 ℓ당 1457원씩 팔아 374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유명 브랜드 간판을 내건 주유소에서 정품 석유를 팔 것이라는 생각에 이곳에서 기름을 넣은 수많은 운전자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이 주유소뿐만이 아니다. 대전시가 시내 주유소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인 결과 유사석유를 판매하다가 적발된 주유소는 올 들어서만 모두 5개 업소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에는 9개 업소, 2008년에는 16개 업소로 해를 거듭할수록 양심불량 주유소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앞선 24일에는 시중 주유소에 디젤기관차용 경유가 불법으로 유통된 사실도 드러났다.

대전지검은 석유 운송업자 김 모(46)씨 등이 바꿔치기 수법으로 빼돌린 경유 14만ℓ를 사들인 장물아비 최 모(57)씨가 이를 모두 주유소에 팔아넘겼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유통경로 등을 추적하고 있다.

이처럼 석유류 불법 유통이 활개를 치는 이유는 경제 불황 속에 일부 석유 판매업자들이 싼값에 사들여 되팔려는 악덕 상술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돌아오고 있어 관계 기관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내 유명 브랜드를 내건 주유소에서조차 유사석유류가 판매된다면 운전자가 과연 내 차에 넣는 기름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불법 유통 고리 적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