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한호 침례신학대 총장 |
공교육이 죽어가고 있다
중·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선생님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그 이유가 교사들의 도덕성이나 가르치는 능력이 부족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교육정책에 기인하는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이 공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사설 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하겠다. 학생들이 수업은 학원에서 받고 학교에서는 복습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허다한데도 교육 당국은 이를 개선할 생각보다는 오히려 학습시간을 연장할 계획을 세우다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지난 3월 17일 대전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는 사설학원의 심야 교습 시간을 종전의 밤 12시에서 익일 새벽 1시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수정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공부는 학교에서 하고 늦은 밤에는 잠을 자도록 해야 건강과 교육이 함께 가는 것이지 하루 이틀도 아닌 1년 365일 동안 성장기의 청소년들이 새벽 1시까지 학원과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도록 조례를 개정하였다니 그것이 누구를 위한 개정인지 묻고 싶다.
원래 학원이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보충해서 공부한다든가, 또는 어떤 특수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원하는 학생(사람)들이 가는 곳이지, 국가가 베푸는 정규교육을 대신 하게하는 이따위 교육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이를 시정해야 할 교육당국이, 좋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 대우가 좋은 학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텔레비전을 통한 입시 준비에 공교육기관의 교사들 대신 학원 강사들이 대거 출연하는 현실을 기정사실화 하는 우리 교육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대학 입시 공부를 방송을 통해서 실시한다는 발상은 아무리 양보해도 교육을 위한 정책은 못되는 것 같다. 교육 당국은 학생이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하게 해야지 더 이상 학교 밖에서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도록 정책을 유지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와 학원에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학생들이 집에 가서는 쉬게 하는 것이 교육이지, 다시 텔레비전 앞에 앉혀서 입시 준비를 하게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안
만약 대학 입시 문제를 교과서에서만 출제하고, 출제위원을 고등학교 교사와 교수들로만 구성해 나간다면 공교육 정상화와 사설학원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문제를 공교육 기관의 교사나 관련 인사 대신, 학원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는 행위도 결국은 공교육을 경시하고 사교육을 육성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시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대학입시는 대학에 맡기고, 선진 외국의 경우처럼, 대학이 사회봉사, 스포츠, 예능 등을 입학 요건에 반영할 수 있게 해서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시대가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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