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의 힘이 이범호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걸까?
이범호의 아버지 이광희(57)씨는 WBC 대회 기간 내내 대구 팔공산 천성암에 머물며, 아들과 WBC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아들이 첫 경기인 대만 전에 선발 출장하지 못했을 때, 못내 아쉬웠다고 말하는 이광희씨. 하지만 이범호는 공ㆍ수 양면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면서, 아버지의 마음 부담을 덜어줬다.
아버지의 지극한 불심이 이범호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특히 이범호의 활약은 일본과 결승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8회 선두 타석에서 2루타를 터트리며 한국팀에 추격의 불씨를 제공했고, 패색이 짙던 9회말 공격에서는 짜릿한 동점타를 터트리며 꺼져갔던 승부의 불씨를 되살렸다.
24일 새벽 천성암 촛불이 너무 잘 붙었다는 아버지의 말이 아들의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천성암의 촛불은 대한민국의 촛불로 승화되진 못했다.
이광희씨는 “범호가 평소 담력이 좋아, 한 방을 해줄 것으로 굳게 믿었다”며 “육상선수의 꿈을 키워가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 운동을 접어야했던 아픔을 범호가 풀어줘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경기에는 졌지만 한국팀과 아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돌아온 뒤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도 맹활약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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