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음에 정답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미술의 장르는 있겟지만 미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정확하게 선을 긋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초반부터 이제껏 미술은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의 경계를 긋고, 다시 긋고, 또 다시 긋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동시대의 미술은 미술과 미술 아닌 것의 경계에 서 있을 뿐더러, 내적으로는 보편적인 호소력을 가진 측면과 고도로 현학적인 면, 객관적 인식의 측면과 주관적 표현의 측면, 느낌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그것이 외부 사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되는 상태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대립적인 계기들은 어떤 미술작품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바라보는 일이 곧 감상의 일부가 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오는 5월 22일까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주제로 5인 작가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김홍주, 김해민, 임동식, 정광호, 홍명섭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작품 안에서 더할 수 없이 흥미로운 가치들의 경계를 감상할 수 있다.
김홍주 작가의 작품에는 그려지지 않고 남겨진 부분과 그려진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경계의 부분에서 어떤 의미가 발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담 속에 진담의 뼈를 담는 방식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미술(Natur Kunst)의 시기를 지나 회화 작업에 몰두해 있는 임동식 작가의 경우, 자연이든 사람이든 어떤 대상에 대한 지극한 정성을 담아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의 작품 방식은 대상에 대한 사랑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자연애(自然愛)와 자기애(自己愛)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정광호 작가는 쉽게 대중의 기호와 미감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형태의 연원은 조각에 대응하는 비-조각, 즉 비-조각적 조각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
구리선 작품들 이전의 오브제 설치 작품이나 철판 작업 등으로부터 그의 문제의식을 추적해 현재에 이르는 작품의 추이를 볼 수 있다.
조각과 설치,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홍명섭 작가의 작품은 관객들이 당혹감과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스타일의 일관성이 없는데다가 난해한 제목 때문이다.
과거 작품들로부터 현재작에 이르기까지 그가 사용하는 언어와 작품의 관계를 추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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