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유격수 박진만의 부상과 김병현의 여권 분실 헤프닝도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맡은 김인식 감독의 시름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를 바탕으로, 후배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결국 결승 진출의 신화를 창조했다.
우승 여부를 떠나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한 위대한 도전’은 이미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선수단 모두가 영웅이지만, 특히 그 중심에는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한화 4인방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
대회 전만 해도 김태균과 이범호, 류현진은 1회 대표팀 선배들과 비교해 평가절하된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승부처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이 같은 의문부호를 제거했다.
실제로 김태균은 8게임에 나와 타율 0.385(4강 진출국 중 5위), 홈런 공동 1위(3개), 타점 1위(11점), 득점 1위(9점), 장타율 0.769(4강 진출국 중 1위) 등 타격 전 부분에서 이승엽을 뛰어넘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한국이 우승할 경우, 가장 강력한 대회 MVP로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콜드게임패를 당한 일본과 1라운드 1차전에서 마쓰자카를 상대로 2점 홈런을 터트리며 한국팀을 영패 위기에서 구해냈고, 1라운드 2차전(1-0승)에서는 결승타를 터트렸다.
멕시코 전과 베네수엘라 전에서도 알토란같은 홈런을 터트리며, 결승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범호도 1라운드 패자전에서 만난 중국에 깜짝 선발 투입돼 2점 홈런을 작렬한 이후, 일본과 4번째 격돌과 멕시코 전에서 연이은 홈런을 쏘아올렸다.
류현진은 당초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첫 경기인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 완벽투를 선보인데 이어, 고비 때마다 중간계투 역할을 충실히 완수했다. 무엇보다 최악의 조건에서 팀을 맡은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은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빛났다.
지난 시즌 포스트진출 실패의 아픔을 겪은 한화이글스. 이들 4인방의 대활약은 WBC 대회 이후에도 한화이글스의 Again 1999를 재현하는 보증수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이희택 기자 nature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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