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WBC 관람 ‘아찔’

경찰, DMB 시청 단속규정 없어 시민들 교통사고 노출 무방비

한국야구팀의 WBC 결승 진출로 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일부 택시기사들이 운전 중에도 DMB를 통해 야구경기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아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경찰이 4월 한 달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위반행위자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일 계획이지만 이보다 더 사고위험이 높은 DMB 시청에는 단속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교통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23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도로교통법(제49조 1항)에 의해 범칙금 6만원(버스 7만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돼 있으나 운전 중 DMB 시청에 대한 단속할 법적 근거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이나 DMB 등을 조작하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직장인 A씨(33)는 지난 22일 아찔한 경험을 했다.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을 데리고 가까운 놀이공원에 놀러 가기 위해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운전기사가 WBC 경기를 보려고 차량 내에 설치된 DMB를 조작하다 앞선 차량이 정지하는 것을 뒤늦게 인지,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

A씨는 “택시기사가 운전 중에도 자꾸 내비게이션을 만지고 DMB를 시청하는 바람에 가는 내내 가족들이 불안에 떨었다”며 “택시기사의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이나 DMB 시청이 혈중 알코올 농도 0.1%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고위험이 높은 만큼 관련 법안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DMB 시청에 대한 단속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없는 상태”라며 “운전 중에 DMB를 시청하는 행위는 주의를 흐리게 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어렵게 해 교통사고 위험을 높인다”고 운전자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이어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행을 위해서 출발 전에 미리 조작하고 운행 중 DMB 시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