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호 경실련 공동대표 |
1976년에 창단된 서울대학교 야구팀은 2003년까지 27년 동안 183전 183패의 참담한 전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대학야구연맹은 전패중인 서울대 야구팀과의 전적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상의 퇴출명령이었다.
그 상황에서 서울대 야구팀은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고, 1승을 조건으로 간신히 퇴출을 모면한 서울대 야구팀은 궁여지책으로 게임 상대를 외국에서 물색 중국 베이징대학과의 친선게임을 마련해 2003년 10월 3일 원정 경기를 한 끝에 8대 3의 스토어로 승리함으로써 184전 1승 183패의 전적을 남기는 전무후무한 일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1승의 희망이 쟁취한 소중한 결실이었던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WBC대회에 출전중인 우리 야구팀은 세계 최강 베네수엘라를 맞이하여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은 경기에서 연봉 40 대 1의 차이를 무색하게 하리만큼 10대 2로 대승을 거두고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승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태평양을 넘어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대~한민국’의 우렁찬 응원 소리가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의 감격을 되살리고 있는 희망찬 새봄이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의 위업을 달성한 산악인 엄홍길은 신의 허락이 있어야만 오를 수 있다는 8000m급 고봉의 정상 정복은 “1%의 희망으로 99%의 절망을 이겨내는 일”이라 했다.
이 말의 뜻은 신은 1%의 희망이라도 가진 사람에게만 정상 정복의 기회를 허락한다는 것일 게다. 그리고 1%의 희망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에겐 미래가 열린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리라.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도전해 마침내 극적인 탈출에 성공한 빠삐용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요즘 서점가에선 다섯 명으로 구성된 보컬 그룹 빅뱅(BIGBANG)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라는 책이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한다. 가요계에서의 대폭발을 염원한다는 뜻으로 지었다는 빅뱅의 멤버 중 ‘미소천사’라는 별명을 가진 강대성은 자신이 가수로 성공하게 된 이유를 “희망을 품는 순간 기적은 일어난다.”란 말로 대신하였다. “세상이 너에게 우언가를 허락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세상을 향해 너를 소리쳐라!”는 그 젊은이들의 외침에 우리 모두 한번쯤 귀를 기울여 볼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안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크나 큰 시련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익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만 앞세우며 상대의 발목잡기에만 급급한 이전투구의 정치계를 뒤덮고 있는 짙은 안개는 좀처럼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IMF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장기 불황의 어두운 터널에선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전혀 탈출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으며,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판치는 가운데 폭력사태로 얼룩지곤 하는 크고 작은 시위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연예인의 자살 소동 등 각종 사건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북핵 미사일의 발사 예정일을 앞두고 서해상의 도발성이 점쳐지는 등 공공연한 위협 속에 불안이 가중괴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이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지상과제는 당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일이라 할 것인바, 그 힘은 빅뱅의 말대로 온 국민이 가슴 속에 1% 이상의 희망을 간직함으로써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희망만이 미래를 열 수 있으며 99%의 절망을 이겨낼 것이기 때문이다. 봄은 한 해를 새로이 시작하는 계절이다. 새봄을 맞아 우리 모두 희망을 노래하자. 그리하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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