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호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
나는 30여년을 대학에 봉직하면서 자원개발 및 지구환경대응 기술개발 관련 후학을 양성하면서 많은 자긍심과 보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전의 외환위기를 적절히 활용치 못한 자원개발 분야를 가장 애통하게 생각해왔다. 그 때 국내기업들은 그 동안 어렵게 확보한 많은 광업권 등을 헐값에 매각한 것은 돌이켜 보면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 대비에 다소 안이한 판단을 하였던 것이다. 農夫餓死 枕厥種子 (농부아사 침궐종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농사꾼은 굶어 죽어도 그 종자를 베고 잔다고 뜻이다.
최근의 전 세계 경제 침체는 어쩌면 또 한번의 기회를 하늘이 우리에게 준 것이 아닌가 하고 평가하고 싶다. 나는 지난 3월초 VIP 수행단 일원으로서 호주, 뉴질랜드를 방문하여 자원협력을 위한 실천과제 등을 협의하였고, 연이어 우리에게는 마지막 자원 확보 신천지인 남아메리카의 자원부국인 페루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도 우리가 조금만 더 열정을 투입하면 내륙 깊숙이 오지에서 경쟁성 있는 무한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한지 근 6개월이 지났다. 취임하자마자 곧이어 해외 자원기관과의 협력증진을 위해 전 세계 자원부국을 두루 방문하게 되었고, 그중 베트남을 방문한 적도 있다. 40여년전 20대 청춘을 파월 병사로 보낸 베트남이었기에, 남다른 감회가 컸었다. 그러나 베트콩이 출몰하던 그 위험덩어리 밀림의 땅이 이제는 자원개발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최근 들어 해외자원외교를 위해 개발도상 자원부국을 빈번하게 방문할 때면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문구가 ‘가물 때 도랑치자!’이다. 특성상 자원은 조사 및 탐사단계로부터 광산개발 및 생산단계에 이르는데 3-5년이 걸리므로, 미리 수급예측을 하고 이를 대비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철, 알루미늄, 구리, 아연, 니켈의 소비량이 세계 3∼5위 수준이며, 동시에 국민 1인당 소비량에서도 세계 2∼5위를 차지하는 자원 다소비형 산업구조이다.
따라서 국가 및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광물자원과 에너지의 수급안정화이다. 공기업 및 자원개발 전문기업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안정적 공급처의 확보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현 정부는 자원외교를 국가의제로 설정하고 정상급 외교 등을 비롯한 정부차원의 비즈니스 외교를 전방위로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내실화 하려면, 우리 연구원의 역할이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가의제의 한복판에 우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놓여있고, 우리 연구원의 기술개발 및 자원조사·탐사활동이 바로 경기 회복기를 맞이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 연구원은 향후 3년간의 핵심 추진과제를 광물 및 석유해저자원 확보, 기후변화 및 지질재해 대응, 지질정보구축으로 설정하였다.
특히 국가차원의 전략광종인 철, 구리, 아연, 니켈, 우라늄, 유연탄 등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KOICA 등 해외지원 전담기관과의 공조와 체결된 MOU(협력각서)를 적극 활용하여 자원부국 진출을 수행하고 있다. 석유 및 해저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동토권 지역 석유가스 기술지원 및 정보구축, 동해 가스 하이드레이트 자원량 평가와 생산기반 기술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기후변화 및 지질재해 대응 사업으로는 CO2 지중처분 실증실험, 한국형 에너지지하저장시스템 개발, 수자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토안보 및 지질조사사업으로는 아시아 최고의 핵실험탐지 능력 및 조기경보시스템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서사모아, 피지, 동티모르 등 남태평양 국가의 지질조사를 지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 연구원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토보전 및 국가산업 기여, 지식창출이라는 3대 임무를 더욱 충실히 하면서, 경기침체를 벗어나 새로운 도약기를 미리 선점하기 위한 자원 확보 및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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