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호 대전광역시교육감 |
이에 대한 우려로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슬로 라이프(slow life)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삶의 리듬을 늦추더라도 최고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생활을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무엇이든 빨리 채우기 위해 서두르는 것보다는, 원칙대로 차곡차곡 채워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슬로 라이프 운동은 우리 교육에도 대입해 볼 수 있다. 바로 기초 기본학습의 충실이다. 강을 건너기 위해선 강물의 속도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배와 노를 준비해야 하듯이 기초·기본학습도 정확한 진단 평가를 바탕으로 학생에 맞는 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지속적으로,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
우리 교육청은 2009년 새 학기를 맞이하여, 학생들의 기초·기본학습을 충실하게 지도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빨리빨리’라는 말은 외국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우리나라 단어라고 한다. 현대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빨리빨리’를 통해 우리 민족이 얻은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다. 교육에서는 특히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할 단어다. 교육은 빨리 갈수록 알찬 결실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양적인 면은 채울 수 있지만 질적인 면은 부실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요즘 세간에 화두가 되고 있는 학력평가 역시 이러한 면이 염려되어야 한다. 즉 평가의 초점을 학생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 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알고 있는가 하는 학습의 과정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진단 평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학습하는 방법의 학습’을 학습의 기초 단계부터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문제해결을 얻게 되었는지를 깨닫도록 하기 위하여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그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해야 하는 학습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기초·기본학습을 충실하게 지도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기초학력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와 지원계획이다. 미국의 부시정권 교육정책에서 강조되었던 낙오학생방지법이라 불리는 NCLB(No Child Left Behind)는 오바마 정권에서도 중요 교육정책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 해 10월 우리 정부가 최종 확정 발표한 5대 국정지표,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에서 학력은 높이고 교육격차는 줄이겠다는 주요 과제 중 하나가 기초학력 향상 지원체제 구축으로 되어 있는 바, 우리 교육청도 이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만이 국가와 사회의 희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출발선상에 서서 앞지르기보다 함께 가기를 소망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최고를 위해서 반칙하기보다 최선을 다하여 원칙에 충실한 사람, 때로는 먼 산에 시선을 두고 뒤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줄 아는 사람, 그래서 스쳐간 이들에게 못다 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사회를 밝히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시인 김춘수는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고 했다. 삼월에 눈이 오면 마을의 아낙들은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고 했다. 내리는 눈조차도 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대전교육의 3월은 따뜻한 봄볕 속에 활짝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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