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전 대전연극협회장/한남대 교수 |
그런 시대적인 분위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상황 안에서 조성되었다. 1960년의 4·19 혁명 이후 한일회담 반대 운동, 3선 개헌 반대운동, 반 유신 운동, 5·18 광주항쟁 등 한 해의 4, 5월은 젊음의 함성이 대학 캠퍼스를 울리는 계절이었다. 그런 중에 독특한 대학문화가 형성되었다. 예컨대 대학 젊은이의 노래 솜씨를 뽐내던 축제였던 1970년대의 ‘대학가요제’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흐름을 바꾸었고, 1970년대 대학가에서 시작된 마당극 운동은 연극 전개에 큰 변화 계기였다. 그 당시의 문화 주역들이 이제 문화계의 원로의 자리에 앉아 있다. 대학이 문화의 생산지이며 그 개혁의 출발지였다.
군사 정권의 맥이 절연되고 그 잔재가 많이 가신 민주화 시대 이후 대학가는 취업준비 전선으로 포위 되어버렸다. 대학의 청년들은 담대한 실험과 기성에 대한 도전정신을 상실한 채 기존의 것을 답습하거나 현실 변화에의 꿈을 접어버렸다. 젊음이 노화한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다. 행여 우리 사회와 대학이 그런 조로 증세에 빠져들지 않았는지 가끔 걱정한다.
대전의 여러 대학들이 청춘의 젊음과 패기를 담아내는 문화의 전진기지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바쁜 공부 시간에 쫓기면서도 음악회를 갖고, 자신의 기량을 실험해 보고, 자신의 문제들을 연극으로도 표현해보고 이를 기획하여 대학 밖의 대중들을 대학 캠퍼스로 유입 시키는 등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선도할 독창적이며 열정적이고 발랄한 세대의 대학인들을 만나고 싶다. 이념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인간주의, 생태주의, 환경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한 이때에 대학인들의 사명은 각별하다고 생각된다.
시대의 변화에 가장 더디게 따라가는 것이 연극이고 여전히 촌스러운 휴머니즘 주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또한 연극예술인 듯하다. 봄이 되어 기지개를 켜며 대전의 지역 연극들이 목소리를 낸다. 전국연극제를 준비하는 대전의 연극제가 대전연정문화회관에서 이번 주에 시작된다. 각기 독특한 목소리를 담은 5편의 연극이 무대에서 청년들을 기다린다. 짧은 시간이겠지만, 우리 삶의 속살을 더듬는 연극과의 교감 속에서 ‘물질(物質)의 시장(市場)’을 떠나 ‘의식(意識)의 광야(廣野)’로 나아가 봄이 어떨는지. 청년들에게 속삭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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