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서부터 패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유통업계 전반에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20년을 주기로 반복하는 패션과 함께 계속되는 경기 불황속 화려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지면서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아이템들이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통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복고’는 무엇이 있을까?
▲먹거리에 부는 복고 바람=불황과 함께 복고 먹거리가 돌아왔다.
소라 과자, 고구마형 과자 등 옛날 과자들을 비롯해 80년대 유행했던 단팥빵과 소시지 도시락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GS25의 지난 1~2월 매출에서 단팥빵, 크림빵, 강냉이 등의 매출이 40% 이상 증가했다. 분홍 소시지가 들어있는 도시락 제품은 전년 대비 129%나 상승하기도 했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복고 먹거리들은 저렴한 가격과 상대적으로 풍성했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최근 ‘10년 전 가격’이라는 이름을 돼지고기를 비롯해 생필품들을 중심으로 복고 향수를 내세운 가격 경쟁에 나섰는가 하면 이에 앞서 이마트도 지난해 말 엿, 뻥튀기 등 어린시절 지역 장터에서 먹던 먹을거리 등을 내세운 복고 마케팅을 벌여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패션에 부는 복고 바람= 옛 것을 살려 품위를 살린 ‘빈티지 룩’(Vintage Look)은 전형적인 복고의 한 부분.
최근에는 1980년대 스타일을 반영한 빈티지 룩이 각광받고 있다. 이 시기는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반영, 중간 길이의 코트와 청바지, 티셔츠 등 실용 아이템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른 시기다. 그 중에서도 팬츠의 다양함과 인기가 절정에 이른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인기를 누렸던 스키니 팬츠에서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나 자루처럼 헐렁한 배기팬츠, 또는 허리 선이 높은 하이웨스트 팬츠가 최근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의 섹시함을 돋보이게 하는 아이템으로 인기다.
청바지도 1980년대 유행했던 스톤워싱 처리 제품이나, 스티치, 절개선, 지퍼 장식 등을 강조한 청바지가 유행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80년대의 또 다른 대표 유행 아이템인 어깨를 강조한 파워 재킷 역시 올 패션 키워드다. 상의에 포인트를 준 재킷으로 인해 짧은 바지나 장식 없이 자루처럼 넉넉한 배기 팬츠 등도 유행을 끌고 있다.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복고 스타일은 올 봄 남성복 시장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
▲게임도 복고 바람=얼마 전 출시한 스트리트 파이트 4는 그동안 게임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20~30대를 다시 모니터 앞으로 불러 들였다.
실제로 지난 2월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4’는 하루도 안 돼 품절 사태를 빚었다.
“불황일수록 복고 바람이 분다”는 공식이 게임계에도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불황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직장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20~30대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계에 속속 입문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추억의 게임들이 다시 출시되고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 외에도 ‘스타크래프트’,‘철권’,‘프린세스 메이커’등이 출시를 앞두고 잇다.
지난해 10월 다시 서비스를 시작한 한게임의 ‘테트리스’의 경우 일일 이용자가 50만명을 넘어서면서 복귀한지 얼마지나지 않아‘국민 게임’명성을 되찾았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복고 게임은 추억을 떠올리며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어 게임 인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들을 겨냥한 추억의 게임이 무엇이 있는지 아이템 발굴에도 다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추억도 복고 =똑딱이와 DSLR 등의 등장으로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전락했던 즉석 카메라와 사진 인화도 복고 열풍에 맞춰 다시 활발해 지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수동 즉석 카메라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1999년 출시된 즉석카메라 ‘인스탁스’ 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판매가 급격히 늘어 올해 2월에는 86만대를 돌파했다.
즉석에서 사진이 인화돼 나오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역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컴퓨터 하드에 저장했던 사진들을 다시 종이로 인화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모니터 화면보다는 실제 현상된 종이로 추억을 간직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면서 사진 현상소도 때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블로그나 개인 홈피등이 활성화 되면서 한동안 디지털 카메라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이러한 디지털 사회에 대한 피로감이 다시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을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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