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문화재청과 대전시, 대덕구에는 동춘당 현판을 바꿔달겠다는 현상변경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원본 현판을 떼고 복제품을 걸면서 문화재 현상변경에 대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동춘당은 문화재보호법을 적용받고 있어 원형을 변경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 현상변경신청을 해야 하며 지자체는 이를 문화재청에 통보해 문화재위원회에서 타당성 여부를 조사 심의한 후 현상변경 승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은진 송씨 동춘당 문정공파 종중에서는 동춘당이 현상변경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행정 절차를 밟지 않았으며 관할 구청과 대전시에서는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취재팀이 종중 사무실을 방문해 동춘당 원본 현판을 확인한 결과 현판은 아크릴 케이스에 싸인 채 사무실 한쪽에 놓여 있었으며 복제 현판이 걸리기 이전에 촬영한 현판 사진과 같은 모습이었다.
종중 사무실에서는 현재 동춘선생고택에 거주하고 있는 후손 송영진 씨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문중 어른들이 현판의 도난과 훼손을 우려해 원본을 떼고 복제품을 걸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1995~1996년 사이 원본 현판을 떼었을 것이라는 것 뿐 종중 어른들이 모두 연로하셔서 당시 행정절차를 밟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 씨는 또 “구와 시, 문화재청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종중에서도 현상변경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난과 훼손을 우려해 종중 사무실로 옮겨온 만큼 동춘당에 도난시스템이 갖춰지면 원본을 다시 가져다 놓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동춘당에 우암 선생 친필 현판이 걸려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대덕구와 대전시, 문화재청에 현판이 바뀌었다는 기록이 없다는 것과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아닌 종중 사무실에 원본이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동춘당 현판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향토사학자 이규희(71·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씨는 “현판의 도난과 훼손이 우려된다면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원본을 보관해야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사무실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건축문화재과 현상변경 담당자는 “1995~1996년 당시도 문화재보호법의 영향을 받던 때로 이처럼 종중에서 임의로 현판을 떼서 자체 보관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관할 지자체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라며 “당시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더라도 문화재청에서 상황을 인지한 이상 지금이라도 현상변경 절차를 속히 밟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임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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